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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óhann Jóhannsson - Englabörn & Variations (Deutsche Grammophon, 2018)

 

지난 2월 9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우리와 이별한 아이슬란드 작곡가 요한 요한손의 사후 발매 앨범. 이 앨범은 요한손의 시작과 마지막을 다루고 있어 그 어떠한 앨범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요한손은 21세기 이후 등장한 현대 작곡가 중 비중 있게 언급될 뮤지션의 한 사람으로 기록된다. 그 시작을 알리는 데뷔 앨범이 Touch 레이블에서 발매된 Englabörn (2002)으로 이후 2007년에 4AD에서 리마스터링 본이 재발매되었고, 이제 또 다른 판본이 DG를 통해 소개된 것이다. 두 장의 CD로 제작된 이번 앨범에는 Variations라고 이름 붙여진 별도의 녹음들을 수록하고 있는데, 요한손 자신을 비롯한 여러 뮤지션들의 2002년의 원곡을 재구성한 작업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요한손과 Francesco Donadello의 공동 작업은 물론 A Winged Victory for the Sullen, Ólafsson, Ryuichi Sakamoto, Theatre of Voices, Viktor Orri Árnason, Alex Somers, Hildur Guðnadóttir, Paul Corley 등 오늘날 해당 장르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이 참여하고 있어 원작의 의의는 물론 요한손의 음악적 위상을 대변하고 있다. 도나델로와의 작업을 완성하고 얼마 되지 않아 요한손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으니, 결국 이번 앨범은 요한손의 시작과 고인의 마지막을 담고 있는 셈이다. 앨범은 단지 고인의 처음과 끝을 담고 있지만 그 사이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요한손이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남기고 갔는지 상상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도 함께 남겨 놓고 있다. 무대 공연을 위해 현악 사중주와 건반악기들 그리고 전자 효과를 활용해 녹음한 16년 전의 원곡들은 이후 다른 뮤지션들의 상상력을 거치면서 현재적 의미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모던 클래시컬이라고 통칭되는 흐릿한 지형을 넘어서 현대 음악의 한 흐름으로 자신의 지위를 올려놓은 고인의 수많은 음반들과 더불어, 여러 편의 스크린 속에서 마치 대사처럼 흘러나왔던 요한손의 음악들은 21세기 음악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질 성과임은 분명하다. 현재 진행형으로 지속되어야 할 요한손의 음악 여정이 이렇게 마무리된 것은 안타까울 뿐이다.

 

2018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