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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ack Bartman - Innerwars (MJVA, 2021)

프랑스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Jack Bartman의 OST 앨범. 고전적인 테크노, 힙합, 일렉트로 팝 등 주로 대중적인 취향의 개인 작업들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상업 및 영상 관련 분야에서는 매우 진지하면서도 신중한 장르적 접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은 우크라이나 배우 겸 감독 Masha Kondakova의 다큐멘터리 Inner Wars (2020)를 위한 음악을 담고 있다. 감독 마샤는 어린 시절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를 겪으며 이와 같은 정치적인 격변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굴절시켰는지를 삶을 통해 체험하게 되는데, 그 결과 부정부패, 여성 인권, 정치 파벌주의 등에 대한 냉철한 관심을 자신의 작품에 반영하게 된다. 이번 영화는 2014년, 우크라이나 내 EU 통합 지지파와 친 러시아 분리주의자 반정부 세력 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내전 발발 이후 수천 명의 여성들도 군대에 자원하고 그중 소수만이 전선에 배치되어 실제 전투에 참여하게 되는데, 감독은 세 명의 일상을 따라가며 전쟁에 함께 참여한다. 때문에 이는 그녀의 전작인 Buttercup, Thatcher, Witch & Lera at War (2018) 후속 성격도 지니는데, 전쟁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이라는 관습적인 시선이 아닌 전선을 마주한 참전 여성이라는 독특한 관점을 보여주는 다분히 감독 마샤다운 작품이다. 음악은 영화의 플로우와 주요 시퀀스에 따라 진행되며 전쟁이라는 상황과 그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긴장, 공포, 불안, 분노 등의 다양한 정서적 반응들을 비교적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VST를 활용한 사운드의 특성들이 드러나지만 비교적 어쿠스틱 음향에 가까운 악기 소스들을 사용하고, 이를 풀 오케스트레이션의 공간에서 볼륨감 있는 규모로 큐레이션하고 있다. 때문에 마치 정교하게 구성된 교향시의 연속을 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있는데, 여기에 테마의 의미를 강하게 부각하는 멜로디와 그 진행을 강조함으로써 개별 트랙 각각에 담긴 내러티브적 특징들도 경험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는 배경과 정서를 전달하는 사운드 트랙 본연의 역할도 충실하지만, 독립적인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완성도와 만족감을 전해주는 인상적인 작업이다.

 

202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