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Jacob David의 앨범. 이번 녹음은 Omkuld (2015)에 이은 두 번째 풀타임 리코딩으로, 전작에서 바이올린-첼로 등의 현악을 부분적으로 활용해 공간을 구성한 것에 비하면 더욱더 소박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전보다 더 수수한 공간 구성임에도 멜로디와 그 진행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둠으로써 오히려 분위기는 전작보다 더 풍부한 느낌을 준다. 피아노의 사운드는 여전히 펠트 한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힘을 거의 들이지 않으면서 최대한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타건을 이어가는 탓에 나긋하게 속삭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 뒤로 들려오는 업라이트의 메커니컬 사운드도 피아노 소리와 함께 수음되어 있어 일상 거리에서의 평온함을 그려내고 있는데, 그 때문에 조금 더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효과도 갖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는 피아노가 앨범 전체를 이끌고 있으며 첼로나 일렉트로닉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제한적으로 구사되고 있다. "Mormor"에서 예전 작업의 일부에서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양식으로 현악이 사용되고 있을 뿐, 대부분의 트랙에서는 솔로의 무대를 전면에 두고 있으며, 일렉트로닉은 무척 조심스럽게 마치 잔잔한 안개나 바람결같이 주변을 이루는 듯한 분위기로 등장한다. 자칫 지루하고 답답하게 들릴 수 있는 이와 같은 톤을 정교한 믹싱을 통해 보완하고 있는데, 매우 세밀하게 적용된 리버브를 통해 공간을 보다 이미지너리 하게 연출하고 있다. 업라이트의 사운드와 그 기계음이 음악과 청자 사이에 취해진 일상적 간격의 편안함을 제공한다면, 믹싱은 그 간격을 보다 밀도 있고 상상 가능한 공기로 채우는 역할을 한다. 제이콥은 20대 시절 양로원에서 연주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연주와 스타일을 단순화했다고 전해지는데, 이러한 소박하고 나지막한 표현은 오히려 더 큰 설득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앨범은 증명하고 있다. 편하고 가벼운 옷을 걸친 듯한 앨범이다.
2021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