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acob Karlzon의 앨범. 현재 활동 중인 재즈 피아니스트 중 음악적인 완성도는 물론 지금까지 이룬 성과에서 야콥을 능가할 수 있는 뮤지션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다. 오랜 시간 유명 뮤지션들과 무대를 공유했던 경력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보여준 놀라운 연주는 물론, 현실의 변화와 관련해 재즈의 언어와 표현을 확장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등, 수많은 음악적 고민이 그의 음악에 내재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야콥은 그동안 솔로나 퀸텟과 같은 형식의 녹음도 자주 선보이면서도, 1990년대 말 데뷔부터 지금까지 트리오에 있어 나름의 진지함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번 앨범은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 이후 Open Waters (2019)를 통해 새롭게 선보였던 베이스 Morten Ramsbøl과 드럼 Rasmus Kihlberg의 조합으로 진행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야콥은 피아노 외에도 신서사이저를 활용해 트리오의 공간을 새롭게 갱신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모르텐과 라스무스 또한 변화된 사운드의 구성에 걸맞은 다양한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앨범 역시 전작에서 선보인 트리오의 새로운 공간 활용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게스트로 야콥의 오랜 동료인 기타 Dominic Miller와 트럼펫 Mathias Eick이 참여해 각각 2개의 트랙씩을 녹음하고 있어, 현행 포맷의 견고함을 바탕으로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시도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준다. 이번 트리오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피아노와 신서사이저의 균형점을 유연하게 구사한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현 트리오가 표현할 수 있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전통적인 양식에서부터 퓨전에 이르는 폭넓은 표현을 선보이며 다양한 스타일 내에서도 견고한 조합을 이루는 사운드의 놀라운 내밀함이 인상적이다. 이는 야콥의 리더로서의 역량은 물론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규범적인 대응과 변칙적인 개입을 유연하게 구사하며 연주에 입체감을 부여한 베이스와 드럼의 능동성이 큰 몫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에트모스페릭 한 서정을 연출한 도미니크와의 협연은 물론, 감각적인 사운드 구성 속에서 극적인 프레이즈를 펼친 마티아스의 연주 또한 색다른 다양성과 재미를 경험하게 한다. 환경이 갖춰진 경우라면 돌비 애트모스 음원으로 청취할 것을 권한다.
202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