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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akob Bro - Returnings (ECM, 2018)


덴마크의 기타리스트 야콥 브로의 ECM 신보. Gefion (2015)과 Streams (2016)에 이은 세 번째 ECM 발매작으로 이번 앨범에서는 트리오가 아닌 Palle Mikkelborg (tp, flgh), Thomas Morgan (b), Jon Christensen (ds)가 참여한 쿼텟으로 녹음을 진행했다. 연륜이나 인지도 면에서 호른 연주자 팔레의 참여는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팔레는 8개 중 3곡의 작곡에 참여하고 있으며 진행에 있어서도 야콥과 거의 동등한 공간적 포지션을 점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형식적으로 2015년 앨범의 참여 멤버에 호른 파트를 추가한 확장된 모습이지만 공간 구성은 물론 콘텐츠 역시 색다른 음악적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팔레가 예전 Terje Rypdal과 ECM에서 함께 했던 작업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번 작업의 경우 야콥의 호흡과 팔레의 발성이 서로를 향해 맞춰진 연주를 들려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평소 신중한 야콥의 태도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고 있는 기타의 톤은 그 어느 때보다 내밀하다. 팔레와 함께 구성해야 하는 멜로디 공간을 염두에 둔 듯한 이러한 모습은 결과적으로 깊이 있는 사색적 표현들을 완성한다. 기존 트리오에 비해 토마스와 욘의 공간이 상대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역할까지 협소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명료하게 상황을 집약하는 베이스의 노트와 더불어 스테이지의 이미지에 디테일을 부여하는 드럼의 묘사는 예전과 다름없는 중요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공간과 포맷을 확장하면서 전체적인 사운드의 텍스쳐에 미묘한 변화를 주긴 했지만 기존 야콥의 앨범에서 느낄 수 있었던 밸런스와 안정감은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각자 자신들의 모든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한 연주가 아닐까 싶다. 이 모든 순간은 세심한 톤으로, 따듯한 멜로디로, 편안한 진행으로 표현되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음악적 침묵을 지켜온 노장을 다시 현실 세계로 소환했다는 의미에서도 앨범의 타이틀은 그 자체로 절묘하다.

2018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