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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akob Lindhagen - Memory Constructions (piano and coffee, 2022)

 

스웨덴 작곡가 겸 멀티인스트루먼트 연주자 Jakob Lindhagen의 앨범.


야콥은 어린 시절부터 건반과 현악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스스로 음악적 재능을 키웠던 것으로 전해지며, 2000년대 말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에 올린 개인 창작물이 우연히 영화감독의 눈에 띄게 되고 이후 영화와 관련한 다수의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도 그의 주요 작업 분야는 영화 및 영상과 관련되어 있지만, 2010년대 중후반 이후 조금씩 개인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야콥의 첫 개인 공식 리코딩은 Paces (2017)로, 피아노를 중심으로 부분적인 주변 음향을 활용해 로우-파이의 특징을 가미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기존 영화 음악과는 조금은 다른 사운드의 결을 보여주고 있어, 다분히 기악의 활용을 통한 개인적인 표현에 집중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도, 나름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플로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만의 독특한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해당 곡들이 지닌 미묘한 확장성은 이후 여러 동료 뮤지션들의 참여로 완성한 Paces: Reworks (2019)를 통해 실현되기도 하는데, 오히려 해당 재구성 작업에서 야콥의 기존 음악적 특징 중 일부가 명확히 부각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또한 최근에는 Dag Rosenqvist와의 협업으로 Stadsbilder (2021)를 발표하는데, 이 또한 일렉트로닉과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정함으로써, 기존 야콥의 작업에서 부분적으로 선보였던 특징을 새롭게 관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가 하면,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성과 더불어 앰비언트적인 공간 활용에 대한 힌트 또한 엿볼 수 있다.


공식적인 두 번째 솔로 앨범인 이번 작업에서는, 이전 개인 작업과는 또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운데, 전체적으로는 피아노와 현악기를 중심으로 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기본적인 표현에 부분적으로 신서사이저를 활용해 공간적 묘사를 강조하는 동시에, 그 내용에서는 사적 정서를 우위에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미묘한 서정과 우울감이 강조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야콥은 이에 대해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정체성과의 관계, 그 왜곡과 실재와의 차이, 그리고 그 간격의 보정 등에 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았다고 전하는데, 이는 ‘기억의 구성’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을 위해 야콥은 Ceey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Sebastian & Daniel Selke 형제를 비롯해 Vargkvint로 알려진 Sofia Nystrand 등, 오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앨범을 완성한다. 특히 동료들의 역할은 단순한 기악적 표현을 위한 기능적 측면만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앨범의 핵심 주제인 ‘기억’과 이로부터 파생하는 여러 개념들 사이의 연관을 완성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세밀한 음악적 응집과, 개인적 의지를 담아내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연주 악기의 특성을 강조하며 아날로그적인 사운드의 우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마치 자신의 기억에 대한 묘사에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피아노와 첼로의 관계는 일련의 대위적인 합의에 근거한 고전적인 양식을 취하고 있어, 회상과 관련한 나름의 정형적 표현을 완성하고 있다. 여기에 기억의 오류나 왜곡 혹은 명징성의 점멸 등과 관련한 여러 요소를 다양한 유형의 전자 음향을 이용해, 그 연관의 복합성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부분적으로는 상징성을 지닌 사운드의 조합을 활용하고 있지만, 기억 자체가 모호함과 더불어 개인적 의지 또한 반영하고 있는 탓에, 이와 연관된 음향적 요소들은 다양한 복합성을 드러내며, 어느 한 가지 유형적 특징으로 귀속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음악을 들었을 때는, 그 혼란이나 아련함 등은 직관적으로 전달될 만큼 무척 명료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며, 구조적으로 정형화되지 않은 여러 특징들을 지니고 있음에도, 나름의 균일한 정서적 질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이와 같은 다양성을 복잡한 구성 대신 단순한 레이어링을 통해, 비교적 핵심을 요약하는 듯한 정돈된 방식으로 풀어갔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어쩌면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명확한 주제 의식이 불필요한 주변적 표현의 배제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개별 곡들이 지닌 나름의 고유한 구성적 특징에도 불구하고, 앨범 전체가 일련의 내러티브를 완성하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며, 특히 기억과 관련한 복합적인 사변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일관된 정서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우울감이 피부를 감싸지만 온화함이 온몸을 채워주는 앨범이다.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