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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ames Bernard - A Sliver of Silver (Past Inside the Present, 2023)

 

미국 엔지니어 겸 전자음악가 James Bernard의 앨범.

 

제임스는 1990년대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최근의 Awakened Souls을 비롯해 지금까지 여러 예명으로 공연과 작품을 선보인 만큼, 그의 음악은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장르적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도 앰비언트의 경향적 특징을 반영한 다수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고, 최근에는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포함해, 이와 같은 흐름을 전면에 둔 작업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어, 해당 분야에서 제임스만의 고유한 입지를 확인할 수도 있다. 이번 앨범은 감염병 사태 이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며, Cynthia Bernard (Marine Eyes)의 보컬 텍스쳐가 더해진 곡도 포함하고 있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이미 작년 말에 공개가 되었지만, 최근 PIP를 통해 정식 발매가 이루어졌다.

 

앨범은 복잡하지 않은 간결한 구성을 통해 음악적 전개가 이루어지는 섬세한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곡의 기본적인 구성은 전체 흐름을 완성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그 형식은 무척 명료하지만, 그 진행 속에서 미세한 사운드의 모듈레이션을 통해 진행을 완성하고 있으며, 컷오프나 레조넌스와 같은 일반적인 조율 외에도 이펙터를 이용한 변화를 통해서도 음악적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간결한 스텝 시퀀싱과 곡의 성격에 적합한 비트의 매칭으로 이루어진 구성이 있는가 하면, 사운드스케이프의 흐름을 중심으로 진행이 이루어지는 여러 유형의 곡들이 존재하며, 이들 또한 각 곡의 특징에 따라 각기 다른 특징의 사운드와 효과로 조합을 이루며, 신서사이저가 연출할 수 있는 복합적인 형상들을, 고유한 밀도와 분위기 속에서 인상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일상적 호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시퀀싱의 속도지만 그 방식은 음악가의 섬세한 창의가 반영되어 있으며, 비트의 유형 또한 베이스나 퍼커션과 같은 통상적인 사운드는 물론, 모듈레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피치의 변화를 통해서도 연출하고 있어, 앨범이 지향하는 고유한 분위기와 안정적인 일체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느린 속도의 LFO가 오실레이터에 영향을 주며 완성한 사운드스케이프의 안정적인 플로우는 물론, 이 속에서 이어지는 변화와 흐름 또한 나름 감각적이면서도, 앨범 전체가 지향하는 특유의 안정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몇 가지 다양한 유형과 구성의 곡을 함께 포함하고 있음에도, 앨범 전체가 하나의 균일한 공간 속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외장 이펙터의 섬세한 활용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공간계의 효과 또한 여러 유형의 딜레이와 리버브가 곡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조합을 이루고 있지만, 마치 하나의 기계적 장치를 이용해 세밀하게 조율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때문에 각기 다른 특징과 소소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동일한 공간 속에서 음악을 재현하는 듯한 분위기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종종 욕심을 낼 수 있을 법한 과한 공간 연출을 자제하는 적절한 균형감을 보여주며, 사운드의 플로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고, 때로는 그 변화를 통해 음악적인 흐름을 연출하기도 하여, 뮤지션의 섬세한 감각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시머가 만드는 독특한 스웰 톤의 기타 라인을 포함한 트랙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데스크 위에서 간편하게 구성할 수 있는 몇 가지 제한된 장비의 조합으로 음악들을 완성하고 있어, 앨범 전체가 하나의 고유한 분위기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디지털 장비를 주로 활용하면서도, 아날로그적인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는 평온한 일상의 소소한 변화를 담아내는 듯한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준다. 섬세한 음악적 표현과 감각을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마치 포근한 햇살을 소리로 담아낸 듯한 매력적인 분위기를 전하며, 일상의 호흡에서 벗어나지 않은 안정감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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