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Jan Gunnar Hoff – Living (2L, 2013)


노르웨이 출신의 피아니스트 얀 군나르 호프의 근작. 십 몇 년 전인가, 한참 북유럽 재즈 뮤지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갔을 무렵 호프의 이름도 종종 거론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정작 그의 앨범들을 구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레코딩 수도 적었고 대부분 로컬 레이블 발매 앨범들이었지만, 한정된 수입 물량에도 불구하고 눈에 불을 켜고 수집에 열 올렸던 빠돌 & 빠순 여럿 있었던 것으로 기억. 이번 앨범은 호프의 솔로 레코딩으로 우리가 흔히 그에게서 기대하는 유려한 피아니즘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수록된 14곡 중 2곡을 제외한 전곡이 그의 오리지널들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이 화려한 기교와 속주에 치중을 했던 반면 호프는 음과 음 사이의 긴장이 이끌어내는 멜로디의 진행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들에게는 흔한 그 카덴차도 그에게는 매우 신중한 선택처럼 느껴진다. 이번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 곡의 테마를 구성하는 라인들은 서정적이며 명료하다. 이후의 진행 역시 곡의 첫 인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오히려 그 느낌을 구체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애써 설명하지 않고 서술하듯 표현한다. 매우 익숙한, 때문에 그만큼 편안한 조성을 사용하고 있어 허를 찔리는 듯한 요소는 없지만, 멜로디[의 '존재'] 자체가 주는 만족감으로도 충분하다 (마치 핀율의 의자와 같은 느낌?). 간만에 거실 오디오 입성이 허락된 일요일 오후, 다인 C2는 자신들 사이에 피아노 한 대 덩그러니 놓고 그만 사라졌다. 음악과 소리, 모든 것이 완벽한 오후다.


201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