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Jason van Wyk - Threads (n5MD, 2021)

남아프리카 전자음악가 겸 프로듀서 Jason van Wyk의 앨범. 2018년 n5MD 레이블은 제이슨과의 계약 소식을 알려 팬들을 환호하게 했는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나서야 이번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Opacity (2017)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 정규 작업이며 그의 통산 네 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물론 그 기간 중에 OST나 여러 편의 싱글 등이 발표되긴 했지만 이번 앨범은 4년이라는 공백의 의미를 우리에게 각인시키려는 듯한 큰 폭의 음악적 진전과 깊이 있는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모던 클래시컬을 근간으로 하는 현대 작곡의 경향적 특징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지만,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 그의 음악이 드러나는 형식에서는 앰비언트적인 세계관을 수용하고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묘사적 특징을 강하게 내비친다. 그렇다고 해서 초기 트랜스 계열의 장르적 회귀를 보인 것도 아니어서 예전에 선보인 적이 없는 새로운 진화의 산물로 이번 앨범을 바라보게 된다. 이전 작업에서 제이슨이 메인으로 활용했던 피아노와 현악기들이 배경을 이루었던 전자 음향과 단순히 자리를 바꾼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예전의 심미적 분위기에서 물러난 어둡고 암울한 도회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다. 제이슨에 의하면 '부드러운 우주 바람의 지속적인 순환'을 표현하기 위한 여정이라고 하지만 "Retention"으로 시작해 "Light Burns Out"을 거쳐 "Near Dark"로 마무리되는 앨범의 흐름은 현재 우리가 처한 분위기와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피아노는 여전히 제이슨 음악의 중심에 있지만 진행 중에는 다양한 질감을 지닌 주변적인 사운드의 배경으로 물러난다. 기존의 현악기는 스트링 계열의 신서사이저로 대체되고 여기에 여러 텍스쳐들이 입혀지면서 각각의 레이어들이 마치 불안한 공존을 이루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 과정들이 세밀하게 큐레이션 된 덕분에 시네마틱 한 풍부한 공간감을 이루기도 한다. 순환적인 흐름과 내러티브적인 메시지를 강화하기라도 하듯 여기에 우주의 어둠과 그 불안감을 형상화하는 듯한 노이즈는 물론 긴장을 표현하는 듯한 무거운 비트의 박동 등을 통해 디테일 한 묘사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암울함의 끝에 펼쳐진 광활함이 지배적이라 위안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제이슨이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여정이 워낙 잘 짜여 있기 때문에 몰입이 주는 만족감도 상당하다. 그 몰입의 시간에 우리는 불안을 잊게 된다.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