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Jean-Christophe Cholet - Anima (Infingo, 2023)

 

프랑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ean-Christophe Cholet의 솔로 앨범.

 

1962년생인 장-크리스토프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로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고, 어린 시절부터 재능을 보인 작곡 실력을 통해, 솔로 연주자로서뿐만 아니라 클래식 합창단과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이르는 폭넓은 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재즈에서도 방대한 활동을 기록하며 여러 유명 뮤지션들과의 협연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해당 장르에서도 자신만의 독창성을 담은 풍부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여러 차례의 투어는 물론 국내 젊은 연주자들과의 교류도 활발한데,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장-크리스토프가 음악에 대해 보여주는 개방적 태도는 다양성이라는 단어보다는 유연성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는 자기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친밀감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듀오를 비롯해, 여러 포맷의 트리오와 큰 편성에 이르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과 비중에 대한 한결같은 진지한 태도를, 주변과의 인터랙티브 한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크리스토프가 자신의 풍부한 감수성을 정제된 방식으로 표현하고, 그 깊이에 도달하는 과정이 치열하다는 것은 그의 솔로 연주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피아니스트의 첫 솔로 앨범 Amnesia (2020)는, 감염병 사태로 인한 봉쇄 기간 중에 녹음한 것으로, 준비한 악보나 사전 제약 없이 임프로바이징을 이용해 펼친 일련의 연주를 담고 있다. 이번 두 번째 솔로 녹음은, 전작과는 다른 새로운 표현을 담고 있다. 전작이 피아노의 기악적 연주에 비교적 충실한 녹음을 들려준다면, 이번 작업은 피아노라는 메카니컬 한 장치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사운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멀티 리코딩과 여러 주변 효과를 이용해, 기존의 어쿠스틱 공간을 보다 이미지너리 한 영역으로 확장한 음악을 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즉흥적인 모티브에 의해 진행된 연주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해당 녹음에 피아노의 다양한 사운드와 효과를 레이어링 하고 있어, 나름의 음악적 구성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통상의 피아노의 사운드가 중심을 이루지만, 여기에 퍼커시브 한 타격음이나 현악적 질감을 표현한 음향은 물론, 디스토션과 이펙트를 걸어 굴절된 소리로 일렉트로닉의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은 앰비언트적인 혹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공간적 묘사와도 같은 실험적 접근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재즈 트리오의 미니멀한 양식을 연상하게 하는 등, 나름의 다양한 구성의 조합을 선보이는 것이 이채롭다. 임프로바이징을 모티브로 한 연주 위에 다양한 사운드의 효과를 배치해 공간을 확장하는가 하면, 의도를 지닌 멜로디나 라인을 중심으로 레이어링을 통해 연주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연주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엄밀한 제한을 적용하는 등, 솔로라는 작업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녹음 및 음향의 시도를 포함하고 있어 흥미롭다.

 

피아노를 이용한 다양한 접근과 표현에도 불구하고 장-크리스토프 특유의 정제된 감성은 여전히 유효하며, 자신의 깊은 내면에 도달하고자 하는 진지함 또한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공간을 물들이는 다양한 사운드와 효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백 속에 의중을 드러내는 중의적 함축성은, 이번 녹음의 핵심은 여전히 솔로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2023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