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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ean-Pierre Schaller Enigma 4tet - Soft & Sad (Unit, 2022)

스위스 베이스 연주자 Jean-Pierre Schaller의 쿼텟 앨범. 1990년대 데뷔 이후 다양한 음악 프로젝트와 그룹 및 세션 등으로 나름 굵직한 커리어를 축적해왔고 현재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이름으로 된 창작물은 흔치 않다. 장-피에르의 설명에 따르면, 2020년 초 펜데믹으로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로부터 멀어지게 되고, 이 단절된 시간을 활용해 창의의 길을 지속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장-피에르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Enigma 4tet을 위한 작곡을 시작했고, 색소폰 Marc Jufer, 드럼 Marcol Savoy, 기타 Julien Revilloud 등 예전부터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던 자국의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녹음을 완성하게 된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20년 넘는 음악적 교류를 지속했던 동종 업계의 인맥이지만 각자 나름의 스타일과 개성을 지닌 뮤지션들이기에, 장-피에르는 이와 같은 개별적 특성들을 하나로 묶어낼 방법으로, 작곡은 물론 실제 연주에서의 유연하고 개방적인 공간 활용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재즈-록의 기본적인 스텐스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에너지를 규합하는 방식보다 조금은 느슨하고 여유롭게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개별적 특징 또한 잘 부각할 수 있는 음악적 합의를 끌어내고 있다. 이와 같은 접근은 뮤지션들의 직관적인 자율성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지만, 오랜 기간 음악적 역량을 축적해온 이들에게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더 큰 장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자율적인 개방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이들은 균일한 음악적 톤을 집요하게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전체적인 음악적 분위기를 완성함은 물론, 이번 앨범 특유의 시크 한 음악적 애트모스피어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의 연주는 매 순간 적극적이면서도 단 한순간도 과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온전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다. 특히 개별 공간마다 각기 다른 리버브를 적용하여, 서로 다른 울림들이 중첩을 이루며 만들어내는 배음과 하모니는 독특한 느낌을 전한다. 이는 특히 냉소적인 듯한 인상을 주는 멜로디와 라인과 만나 매우 복합적인 정서적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부드러움과 슬픔’이라는 테마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이들 두 단어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복잡 미묘함을 떠올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듯하다.

 

20220130

 

 

 

related with Jean-Pierre Schaller (as Deep Green)

- Deep Green - Dark Woods (Ranunkel,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