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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eremy Pelt – Face Forward, Jeremy (High Note, 2014)


트럼펫 연주자 제레미 펠트의 2014년 신보. 데뷔 초기부터 본토 평단에서 전도유망한 뮤지션이라고 워낙 띄워줘서 알만한 사람들은 거의다 알고 있고, 이제는 신입티를 완전히 벗어던졌기 때문에 구태여 ‘학구적’이니 ‘천부적’이니 하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법하지만, 국내 수입사 앨범 안내문에는 이런 식의 표현을 주저 없이 사용한다. 음악공부 열심히 한 것도 맞고, 어렸을 때부터 재능 발휘한 것도 사실이지만 펠트 정도 짬밥에는 사용하기 낯간지러운 표현이다. 이제는 기존 그의 작업들에 비추어 그가 어떠한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선보일 것인지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수입사에서 왜 그런 구태의연한 표현을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딱히 그런 말 외에는 적당한 마케팅 포인트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참여한 뮤지션들만 보더라도 이번 앨범은 Water and Earth (2013)의 연장선 상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고, 음악적인 내용 또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 전 앨범들을 포괄해서 말해보더라도, 오늘 날에 6말7초의 음악들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모티브나 자신만의 근거가 필요하겠지만, 이것이 단지 개인적 취향이나 스타일로 귀착된다면 그가 지금까지 누려온 명성이나 기대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운 평가는 스스로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음악적 언어들에 대해 그가 새롭게 제시한 표현도 찾기 어렵고, 내용에 있어서도 (조금 완곡하게 표현해) 다분히 익숙한 것들이다. 레이블이 추구하는 음악적 방향성에 충실했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펠트 자신으로서는 또 하나의 범작만 디스코그라피에 추가한 셈이다. 차라리 Max Jazz 시절의 음악이 더 신선하다.

2013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