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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essica Moss - Phosphenes (Constellation, 2021)

캐나다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Jessica Moss의 앨범. 제시카는 독주 악기 연주자로 클래식은 물론 포스트-록, 민속 음악을 비롯해 실험적인 작업에도 다수 참여하며 비교적 다양한 범주의 음악적 스타일을 소화한다. 그녀의 개인 작업 또한 이와 같은 다양성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각각의 앨범마다 고유한 음악적 표현을 담아내기도 하는데 Pools Of Light (2017)에서는 클라즈마를 바탕으로 실험적인 해체를 선보이는가 하면 Entanglement (2018)의 경우 일렉트로닉과 관현악의 공간 속에서 솔로이스트의 기량을 개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한 표현을 일정 부분 정리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양식을 완성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눈에 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고전적인 실내악을 현대적인 공간에 재배열하기라도 하듯, 사운드 레이어를 정교하게 구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이전 작업과는 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가장 극적으로 잘 드러난 것은 3부로 이루어진 "Contemplation I-III"이다. 제시카는 바이올린의 레이어를 단순한 점층적인 방식으로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공간적 층위를 점유한 독립적인 선율들이 총합을 이루는 방법으로 배열하여 마치 고립된 개인들이 서로에 대해 보내는 관조적인 여러 시선들을 표현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각기 미묘하게 다른 톤으로 튜닝된 사운드는 고유한 자기 공간의 깊이를 가늠하게 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앙상블을 구성하는 데 있어 묘한 정서적 긴장을 유도하며, 마치 전 세계적으로 고립을 강요당한 현실에 대한 은유로 비치기도 한다. 이후 이어지는 세 개의 단편들은 일렉트로닉, 보이스와 보컬 등의 주변적인 활용은 물론 연주 그 자체에서 다양한 주법들을 조합해 개별 곡의 고유한 특징을 부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렉트로닉을 이용한 배음은 인위적인 텍스쳐보다는 현악이나 관악 계열의 사운드를 이용하면서도 폴리포닉 한 접합을 통해 연주 악기와 자연스러운 착색을 이어가는 방식을 취한다. 다양한 사운드의 층위 속에서도 Thierry Amar의 베이스를 통해 안정된 무게감을 부여하는가 하면 Julius Lewy와의 보컬 듀오로 희미한 빛처럼 떠오르는 듯한 정서적 아련함을 전하기도 한다. 표출적인 특징보다 정서적 잔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제시카 나름의 변모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202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