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드러머 겸 멀티 인스트루먼트 연주자 Jim Wallis와 화가 겸 기타리스트 Nick Goss의 협업 앨범. 짐은 Modern Nature와 Still Corners 같은 밴드에서 활동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개인 작업을 발표하며 기존과는 다른 음악적 취향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의 첫 타이틀 Europa (2020)는 현대 작곡과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을 반영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데, 앰비언트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색적 공간을 연출한 독특한 분위기는 Europa Reworked (2020)를 통해 다양한 언어와 표현으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짐과 닉은 과거 얼터너티브 밴드 My Sad Captains에서 함께 활동한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 협업은 이들이 7년 만에 이루어진 작업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닉이 아드리아해를 가로지르는 거대 유조선을 타고 6주간 머무는 동안 녹음한 필드 리코딩에 기초하고 있다. 전시회 준비를 위한 항해였지만, 닉은 선체 내외 여러 곳에서 "낯설고 최면적"인 주변 소리들을 녹음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선체 곳곳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이나 여러 국적의 승무원이 사용하는 다양한 방언은 물론 망망대해의 바람결까지 담아 이번 앨범의 중요한 음악적 모티브를 제공하게 된다. 필드 리코딩을 활용한 대부분의 음악이 이를 주변적인 배경 묘사나 디테일을 완성하기 위한 요소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번 앨범은 현장음 그 자체가 음악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악보라는 인상을 준다. 피아노, 첼로, 신서사이저 등과 같은 연주 악기를 이용해 반복적인 미니멀한 라인이 전면에 나오고 있고, 필드 리코딩은 배경처럼 배치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기존 음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멜로디는 반복적인 현장음을 중심으로 대위를 이루는 듯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필드 리코딩은 그 자체로 사운드 스케이프의 역할을 하고 있어 통상적인 작법과는 기본적인 접근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보게 된다. 현장에서 들리는 낯설고 반복적인 소리는 마치 루프처럼 들리기도 해서, 미니멀한 연주 악기가 만들어내는 웨이브와 절묘한 중첩을 이루고 있어 훌륭한 음악적 앙상블을 완성한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필드 리코딩은 악기 연주와 하모니를 이루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특징을 지닌 하나의 단일한 음악적 공간 속에서 일체감을 이루고 있으며, 현장음에 담긴 적막함과 낯섦이 고스란히 앙상블을 통해 청자에게 전달되어 그 느낌이 더욱더 생생할 수밖에 없다. 인상적인 커버 아트는 닉의 작품이다.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