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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achim Kühn New Trio - Love & Peace (ACT, 2018)


독일을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요아킴 쿤의 뉴 트리오 신보. 앞서 소개한 피아니스트 보보 스텐손과 마찬가지로 요아킴 또한 1944년생이다. 스텐손이 그러하듯 요아킴에게 있어서도 트리오는 자신의 음악적 언어를 대표하는 포맷이며 둘은 새해 1월 나란히 함께 신보를 발표한다. 1961년 데뷔 이후 듀오를 비롯한 앙상블 등의 다양한 연주 형식에 맞춰 앨범을 발매하지만 1964년 처음 결성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는 트리오 포맷은 요아킴 음악 활동의 중심에 있다. 뉴 트리오의 첫 앨범이자 전작 Beauty & Truth (2016)에 참여했던 Chris Jennings (b)와 Eric Schaefer (ds)가 이번 앨범에서도 함께하고 있다. 유럽 재즈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노장과 ACT 레이블을 대표하며 당대에 굵은 음악적 기록을 남기고 있는 중진 뮤지션들이 모여 녹음한 작업들은 그 자체로 기록적 가치를 지니기에 충분하다. 이번 앨범의 기본적인 특징은 전작의 연속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7,80년대 트리오의 대결적 긴장 대신 힘의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는 모습은 뉴 트리오의 새로움이라 할 수 있다. 개별 역량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구성원들에게는 공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수렴되어야 할 공통의 합의 영역을 분명히 함으로써 트리오 구성의 치밀함을 확보함과 동시에 내밀한 인터플레이를 강조함으로써 전체적인 힘의 밸런스를 유지한다. 힘의 균형점에는 피아노가 있어 리더의 주도성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요아킴의 의도지가 강하게 반영된 진행과 묘사를 이어간다. 이러한 묘사를 보다 구체화하는 계기는 베이스와 드럼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이 둘에 의해 표현의 디테일과 음악적 내밀함이 동시에 다져지는 음악적 완성을 이룬다. 비교적 전통적인 어법에 기반을 둔 오소독스한 진행이 주를 이루며 무소르크스키("La Vieux Chateau"), The Doors("The Crystal Ship"), 오넷 콜맨("Night Plans")을 비롯한 멤버들의 다양한 오리지널을 통해 표현의 유연성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현자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201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