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즈 피아니스트 Joachim Kühn의 솔로 앨범. 솔로 공간에서 요아킴이 자신의 모습을 온전하게 드러내는 순간에는, 분석적인 날 선 귀보다는 편하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미 수많은 세월에 걸쳐 그가 축적한 음악적 성과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부연일 뿐만 아니라, 어려운 내용조차 일상의 용어로 쉽게 풀어낼 만큼 요아킴의 농익은 언어는 이미 경지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편안하며 여기에 균일한 정서적 일관성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느낌은 이번 녹음이 자신의 집에서 본인이 원할 때 녹음한 것들이고, 평소 자신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고 밝힌 곡들을 연주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본인의 오리지널 곡을 포함해 Beethoven, Bill Evans, Bob Marley, Prince 등의 익숙한 넘버들을 요아킴의 진솔한 표현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전 솔로에서도 클래식과 유명 스탠더드를 나란히 연주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 앨범의 경우에는 넓은 스펙트럼의 화려한 대조 속에서 개별 곡들이 요아킴의 삶에 어떻게 굴절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한 회고적 자세가 특히 귀를 사로잡는다. Joe Zawinul과의 만남 이후 동독 탈출로 이어졌던 과거의 경험, Gato Barbieri의 그룹에 합류하며 녹음했던 기억 등이 이번 솔로 앨범에 잔잔하게 반영되어 있다. 진솔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잔잔하면서도 울림이 큰 앨범이다. 오직 요아킴만이 할 수 있는 연주가 담긴 녹음이다.
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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