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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achim Spieth - Reshape (Affin, 2022)

 

독일 DJ 겸 프로듀서 Joachim Spieth의 앨범.

 

요아킴은 1990년대에 음악계에 데뷔하면서 플로어 DJ는 물론 리코딩 뮤지션으로 폭넓은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여러 뮤지션의 음악 제작에 관여하여 인상적인 성과를 기록한 프로듀서로도 알려져 있으며, 2007년에는 자신의 레이블 Affin을 설립하여 일렉트로닉 계열의 다양한 경향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레이블이 지금까지 선보인 폭넓은 카탈로그는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흐름을 포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한편에서는 요아킴 자신의 음악적 지향성을 반영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특징을 지닌다. 테크노에서부터 앰비언트에 이르는 레이블의 폭넓은 스펙트럼은 요아킴 자신의 음악적 궤적과도 큰 연관이 있으며, 어쩌면 이러한 측면이 다양성 속에서도 나름의 일관된 캐릭터를 표출할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최근 요아킴은 Textures: Sound Library 1-3 (2021-2022) 시리즈를 발매하며, 기존 DAW나 VST에 내장하고 있는 샘플 음원을 가공하여 지금까지 선보인 적이 없었던 새로운 소스를 공개했는데, 이는 단순한 사운드 디자인의 결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음악적 창의를 위한 재료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이는 얼마 전 발표한 Terrain (2022)이라는 앰비언트 작업을 통해 라이브러리의 활용을 구체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Ousia (2021)와 같은 전작에서 사운드스케이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서사적 흐름을 추상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면서, 여러 소스를 중첩하여 다양한 양식의 복합적인 사운드 플로우를 완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느낌도 전한다. 이는 새로운 자신의 언어 및 표현의 방향을 재정립한다기보다는, 나름의 체계화라는 인상이 강하며, 이번 앨범 역시 그 연장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여지 또한 충분하다는 느낌이다.

 

이번 작업에서 요아킴은 오늘날을 대표하는 여러 뮤지션의 작업에 대한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을 ‘재형성’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재구성 혹은 재해석이라는 단어와 비교하면 형식적 재가공에 가까운, 비교적 소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지만, 실제 그 내용에 있어서는 요아킴 자신의 관점을 정확히 반영한, 구성과 해석의 영역에서 다뤄질 수 있는 근본적인 의미를 다룬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Alva Noto, ASC, bvdub, Zakè, Markus Guentner, Simone Giudice, Warmth, Głós 등 중량감 있는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요아킴은 이들로부터 받은 음악적 영감을 다룬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본인의 음악적 표현을 체계화하고 나름의 인덱스로 정리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인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앨범은 두 가지 지점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하나는 대상으로 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적 특징을 요아킴은 어떤 방식으로 수용했느냐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 모든 다양한 스타일을 어떻게 자신의 언어와 표현으로 통합하고 체계화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하지만 이 또한 해당 뮤지션들의 음악적 특징을 요아킴 자신은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측면에서 본다면, 그 두 가지 관찰 지점은 결국 하나의 관점으로 통합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은 이번 작업은 본인의 음악적 주관을 몇몇 대상을 통해 객관화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평소 접했던 해당 음악가들의 스타일과 유사한 측면을 요아킴 스스로 포착하기도 하며, 때로는 전혀 의외의 대목에 집중하고 이를 ‘재형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스펙트럼은 마치 기존 요아킴의 음악적 궤적을 해당 뮤지션들을 통해 대치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데, 한편에서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음악가들에 대한 나름의 오마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동료 관계에 있는 Non-Print, Archives, Zakè Drone, Auxiliary 등 여러 레이블의 창업자 혹은 대표 프로듀서를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을 포함한 요아킴의 최근 작업과 관련한 음악적 유대감을 반영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나름의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여러 소스를 활용하고, 다양한 양식의 레이어링을 통해 복합적인 유형의 사운드 필드를 완성하면서도, 요아킴 특유의 미스터리 한 음악적 밀도감을 지속하고 있으며, 도입과 결말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자신만의 구조적 완결성을 지니는 등, 여러 측면에서 무척 흥미로운 작업임은 분명하다. 이는 다분히 15년을 맞이한 Affin 레이블의 성과를 집약한다고 느끼게 하는 한편, 요아킴 스스로 최근 자신의 새로운 언어와 표현을 나름의 방식으로 체계화함으로써 이후의 창의를 예비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든 것을 떠나, 요아킴의 새로운 상징적 시그니쳐를 요약하고 있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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