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브라폰 연주자 Joel Ross의 앨범. 그리 많지 않은 비브라폰 연주자의 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당 악기의 유명 거장들의 이름을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창업 이래 지금까지 Blue Note가 보여준 노력도 크게 작용했음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Milt Jackson, Bobby Hutcherson, Stefon Harris으로 이어지는 레이블 비브라폰 연주자의 목록에 신예에 가까운 조엘이 이름을 올렸고, 이후 선보인 Kingmaker (2019)와 Who Are You? (2020)는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작곡가와 밴드 리더의 존재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레이블 통산 세 번째에 해당하는 이번 녹음에서는 조엘을 단순한 비브라폰 연주자를 넘어서 오늘날 우리가 주목해야 할 뮤지션인지를 보다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전작들에서는 5-6인조 편성의 포맷을 활용한 녹음을 통해, 현대 재즈에서 비브라폰이 점유하는 독특한 위상을 보여주려 했다면, 이번 작업의 경우 기본 8인조 편성에 게스트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규모로 진행된 리코딩을 담고 있다. 알토 Immanuel Wilkins, 테너 Maria Grand, 트럼펫 Marquis Hill, 트롬본 Kalia Vandever, 피아노 Sean Mason, 베이스 Rick Rosato, 드럼 Craig Weinrib, 그리고 게스트로 플루트 Gabrielle Garo 등으로 이루어진 라인-업은 확장된 관악의 편성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공간 속에서 비브라폰 특유의 사운드가 어떤 공존을 이룰 수 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조엘은 자신의 연주보다는 확장된 관악 편성의 특성을 활용한 앙상블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하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보여주며, 이번 앨범만의 고유한 색을 부각하려는 듯한 노력을 기울인다. 조엘은 확대된 관악의 공간이 이루는 대위적 긴장을 활용하여 다양한 이미지를 탐구하는 신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나의 단일한 멜로디나 라인은 집합적인 앙상블로 조직된 코드와 하모니의 진행을 통해 테마로 완성하는가 하면,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가 주를 이루는 개방 공간에서도 집단화된 화음이 지배하는 사운드의 밀집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운드의 구성에서 비브라폰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고, 실제로 조엘이 연주는 제한된 영역에서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비브라폰의 존재감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고정된 위상을 점하며 그 안에서 일련의 플로우를 진행하는 반면, 조엘은 스테레오 좌우의 패닝 공간을 모두 활용하며 비브라폰을 통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감을 완성하고 있다. 때문에 특별히 연주를 통해 진행 전체에 개입하지 않고, 특정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결정적인 몇 마디의 짧은 표현만으로도 그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전체 앙상블의 균형은 물론 고유한 집단적 밀도감도 완성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은유적이고 집약적인 표현은 ‘시인의 비유'라는 앨범 타이틀과 정확히 일치한다.
2022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