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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hn Lurie National Orchestra – The Invention Of Animals (Amulet, 2014)


존 루리의 프로젝트 그룹 JLNO의 2014년 앨범. 혹시 이 존 루리가 그 존 루리냐,라고 질문하신다면 맞다. 영화 배우이자 감독이며 10여년 전부터는 본격 화가로 등단해 호평까지 얻어 냈지만 그 동안 음악을 멀리했던 멀티아티스트 존 루리다. 물론 그 전부터 음악에도 조예가 깊어 여러 영화와 TV에서 음악감독을 맞기도 했으며, 만만치 않은 디스코그라피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음악 활동 중 The Lounge Lizards 그룹의 경우 펑크-락적인 베이스에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이 접목된 독특한 색체를 보여줬다면 1993년에 첫 선을 보인 JLNO의 경우 반복적 리듬에 우위를 둔 특징을 지닌다. 이 앨범은 20년 만에 선보인 JLNO의 두 번째 앨범이다. Men with Sticks 앨범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에서도 Billy Martin과 Calvin Weston 등 두 명의 뮤지션이 드럼/퍼커션을 연주하고 있다. 두 타악 주자들은 각각의 곡마다 다양한 페턴의 리듬들을 만들어내고 루리는 그 위에 소프라노로 임프로바이징을 더하고 있다. 몇 개의 짧은 마디로 구성된 리듬의 페턴들은 단순하며 곡 전체를 통해 큰 변화나 전개 없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특징을 지닌다. 때문에 민속적이며 원시적인 느낌이 강하며 다분히 주술적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리듬의 반복 탓에 곡의 끝은 거의 대부분 서서히 페이드-아웃되는 방식을 취하는데, 여운을 남기거나 아쉽다는 생각보다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렇게라도 끝을 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개인적으로는 더 지배적이다. 두 타악 주자들이 만들어내는 리듬 페턴의 유기성과 일체감은 놀라운 반면, 그 위에서 전개되는 루리의 임프로바이징은 다소 이질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얼핏 들으면 주술사의 주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반복적인 비트에 맞춰 이어지고 끊어지는 라인 이외에는 음악적 연관을 찾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이러한 이질적 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이 신비감을 연출할만큼 극적이지도 않다. 단순한 공존으로 서로의 존재를 더듬 더듬 확인하는 듯한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느낌을 의도했다면, 뭐 할 말 없다. 다만 각각의 테마가 구성하는 표제적 의미들은 적절하게 표현된 것은 누가 뭐래도 분명해 보인다.

201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