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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hnny Jewel - Digital Rain (Italians Do It Better, 2018)


미국의 작곡가, 프로듀서이자 멀리 인스트루먼트 연주자인 조니 쥬얼의 신보. 쥬얼의 경력을 짧게 소개하기란 쉽지 않다. 이 앨범을 발매한 Italians Do It Better 레이블의 설립자이자 동시에 Glass Candy, Chromatics, Desire, Symmetry 등 여러 밴드의 멤버로 활동했으며, 영화 및 드라마 음악 작업에도 다수 참여했는데, 린치 감독의 'Twin Peaks'에도 그의 오리지널이 등장한다. 다양한 활동 경력만큼이나 쥬얼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 또한 다채롭다. OST가 아닌 첫 솔로 작업 The Other Side of Midnight (2014)에서도 쥬얼 자신의 개인적인 음악적 지향은 명확하지 않았으며 한편에서는 Glass Candy나 Chromatics의 요소들이 복합된 특징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특징들이 개인 작업과 연관되는 것이 전혀 부당하지 않은 것은 쥬얼 스스로 은연중에 드러냈던 자신의 스타일이 그 모든 과정에서 부단히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개인의 음악적 특성들이 서로 상이한 환경에서 다른 양식으로 드러난 표현을 우리는 경험했는지도 모른다. 이는 트윈 픽스의 테마를 확장한 Windswept (2017)에서도 마찬가지며 사적인 경험이 반영된 이번 앨범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앨범과 관련한 인터뷰에서 쥬얼은 오랜 사막 생활 중에 도시에서 경험했던 비나 눈 등 강수에 대한 기억들을 추억하며 드럼이나 기타 심지어 가사가 없는 모호한 형태로 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에는 전자 악기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한편 정교하게 구성된 사운드가 만드는 넓은 스테레오 스테이지에서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일종의 단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몇 번 들어보면 여전히 예전의 양식에서 경험했던 익숙함도 함께 경험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트랙이 넘어갈 때마다 이슬비, 폭우, 눈, 안개, 차가운 공기, 습한 기후 등이 쉽게 연상될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감각적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된다. 디지털 악기로 차갑게 묘사된 쥬얼 개인의 경험이지만 우리 또한 일상에서 경험했을 법한 기억들과 쉽게 동기화가 이루어진다. 대기 중에 떠돌던 내 기억의 일부와 조우한 느낌이다. 


2018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