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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n Balke & Siwan - Hafla (ECM, 2022)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Jon Balke와 초문화 혹은 다문명 프로젝트 Siwan의 앨범. Siwan 또는 Sivan이라는 단어는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다양한 생명체 내의 균형 혹은 평형을 의미하는 3이라는 숫자와 관련되었다고 하는데, 욘은 Al Andalus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 및 문명을 연결하는 음악적 상상력을 발휘해 Siwan (2009)을 발표한다. 아랍 전통 음악, 안달루시아 고전 음악, 유럽 바로크 등의 언어 사이에 존재하는 일체성에 주목하여, 다양한 문화와 언어로 노래하는 보컬 Amina Alaoui의 역할을 전면에 두고 완성한 앨범은 큰 반향을 일으키는데, 그 후속 Nahnou Houm (2017)이 선보이기까지 오랜 준비기간을 필요하게 된다. 역사적 시간과 문화적 공간을 넘어선 현재적 통합이라는 시완의 프로젝트는 보다 세밀한 음악적 고찰을 펼치게 되는데, 첫 앨범이 개론 혹은 통사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면, 이후 작업은 각론의 양상을 보이며 구체화한 통합의 형식을 띠게 된다. 이번 앨범에는 알제리 출신 Mona Boutchebak가 보컬을 비롯해 손가락을 이용해 연주하는 전통 현악기 퀴트라를, Derya Turkan은 활을 이용해 연주하는 민속 악기 케멘체를 담당하고 있으며, 바로크 바이올린 Bjarte Eike, 퍼커션 Helge Norbakken, 페르시안 타악기 톰바크 Pedram Khavar Zamini, 보컬과 비올라 Per Buhre 등, 기본적인 인적 구성에서는 전작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번 작업 역시 그 후속의 성격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주요 모티브가 되는 가사의 시들은 코르도바의 공주 Wallada bint al-Mustakfi (1010-1091)와 그녀의 연인 안달루시아 Ibn Zaydun (1003-1071), 세르비아 Ibn Sara As-Santarini (1043-1123) 등 주로 동시대 시인들의 것들로, 앨범의 타이틀 Hafla가 상징하는 바와 같이 아랍의 시적 서정을 전면에 부각하고 있다. 현대 클래식과 전통 음악의 표현은 물론 다국어에 능숙한 모나의 보컬은 각기 다른 언어와 톤으로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재현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 시완 프로젝트에서 그녀가 차지하는 역할의 절대적 비중을 직감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욘은 중동의 민속적 특징이 서양의 전통적 양식과 융합하는 독특한 방식을 제안하는데, 오히려 그 각각의 차이를 선명하게 부각하고 그 간극을 드러냄으로써 다양한 교차점이 완성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민속 악기들은 저마다의 발성을 통해 라인을 완성하고, 때로는 재즈적인 임프로바이징의 확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바로크적인 양식과의 유형적 차이를 오히려 자연스럽게 수용하거나 해소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어 독특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모든 다양성을 현대 작곡의 관점에서 수렴하고 통합적으로 사고한 욘의 뛰어난 음악적 성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업임은 분명하다.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