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곡가 Jon Opstad의 앨범. 존은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와 TV 시리즈와 관련한 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으며, 현대 무용 및 콘서트 음악에서도 주목할만한 다수의 성과를 선보이기도 했다. Music for Computer-Controlled Prepared Piano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번 작업은 애초에 Diskmusik이라는 일련의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이를 통합해 Extensions라는 타이틀로 발매되었다. 이번 앨범의 경우 우선 그 부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컴퓨터로 조작되는’이라는 문구와 ‘준비된 피아노’를 나눠서 생각한다면 이번 작업의 성격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John Cage와 그 이전 Henry Cowell의 전례에서 유래한 준비된 피아노라는 말은, 여러 가지 질감의 물체를 피아노 현이나 해머 등 장치 사이에 놓아 소리의 왜곡을 통해 다양한 표현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현재에도 많은 연주자들이 타악적 사운드의 연출이나 톤이나 텍스쳐의 튜닝은 물론 자연발생적으로 표출되는 우연적 효과를 위해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컴퓨터로 조작 혹은 통제되는 어쿠스틱 연주 또한 단순한 루프나 악보 재현에서부터 정교하게 프로그래밍한 시퀀싱과 변주에 이르기까지, 일렉트로닉은 물론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뮤지션들이 활용하는 예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번 작업에서 존은 Yamaha U3 Disklavier 업라이트를 활용했고, 여기에 다양한 음향과 프로세싱을 조합해 이번 앨범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일 악기를 활용해 비교적 단순해 보일 것 같은 이번 작업의 결과는 섬세한 멜로디와 다양한 리듬 패턴은 물론 대담한 스케일과 풍부한 텍스쳐를 활용해 매우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얼핏 들으면 VST와 DAW를 이용해 여러 겹의 소리를 조합한 것처럼 들리지만, 제작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자세히 들어보면 개별 사운드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준비된 피아노로부터 수음된 것임을 알 수 있고, 컴퓨터의 프로그래밍 또한 단순한 라인 구성에서 정교한 시퀀싱에 이르는 다양한 조합으로 완성되었다. 물론 개별 사운드는 각각의 음색을 부각하기 위한 가공이 이루어진 듯하며, 리버브와 그 여운에 의해 확장된 사운드 스케이프 또한 후작업을 통해 연출되고 다듬어진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통제된 단일 작업 방식을 통해 앨범이 완성되었다는 것만으로 이번 앨범을 평가하기에는 수록된 곡들이 지닌 다양한 테마와 시네마틱 한 분위기는 압도적이며 그 음악적 완성도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상상력을 발휘하며 사운드 하나하나의 기원에 대해 집중하며 감상하는 것도 흥미롭고, 전체 연주가 이루는 극적인 모티브를 따라 몰입하며 듣기에도 즐거운 앨범이다.
2022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