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일본계 미국 전자음악가 Jon Porras의 앨범. 2000년대 중반 Evan Caminiti와 함께 결성한 Barn Owl의 활동을 끝내고 201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일련의 솔로 작업만 하더라도 기존의 사이키델릭 한 드론의 무거운 분위기가 여전히 지배적인 사운드의 중심이었다. 신서사이저에 의해 연출된 드론의 웨이브가 공간을 압도하며 강한 긴장을 연출하기도 했고, 기타와 앰프의 사운드 또한 현대적인 웨스턴 누아르를 연상하게 하는 볼드 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어, BO 시절보다 단순한 구성을 통해 더 강한 밀도로 집약되는 음악을 들려주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운드와 음악적 분위기의 변화는 Voices of the Air (2018)을 계기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전의 무거운 밀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섬세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완성된 차가운 공기의 질감은 전작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전작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이번 앨범에서 보다 진척된 방식으로 드러난다. 폴리포닉 한 신서사이저의 사운드로 연출되었던 드론은 가볍게 흐르는 듯한 섬세한 배경처럼 바뀌었고, 복합적인 텍스쳐의 중첩으로 미묘한 텐션을 유지했던 멜로디는 차분한 어쿠스틱의 음향이 대신하게 된다. 전에 없던 이와 같은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악기 구성에서 큰 변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은 흥미롭고, 기존의 기악적 요소들을 활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음악적 반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새로운 느낌이다. 다분히 메디테이티브 한 앰비언트적인 특징을 연상하게 하는 동시에, 앨범의 타이틀을 포함 개별 곡의 제목에서 전해지는 묘사적인 분위기는 한층 여유로워진 평온을 경험하게 한다.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7-9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으로, 여러 트랙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 붙여 다양한 테마의 변화를 시도했던 기존 접근과 달리, 하나의 텍스쳐로 이루어진 단순한 코드의 흐름을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이어가고, 그 위에 단순한 악기로 구성된 사운드를 중심으로 즉흥적인 발상으로 완성된 듯한 멜로디의 플로우를 얹힘으로써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4개의 트랙은 신서사이저로 이루어진 기본 코드 하나만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는 앨범 전체를 일관된 정서적 분위기로 유지하는데 주요한 요소이기도하다. 개별 곡들은 여기에 멜로디를 통해 음을 더하거나 간단한 화음으로 대응하는 방식을 보여주며 각기 다른 미묘한 차이를 부각하기도 하는데, 라인을 이루는 피아노와 기타의 조합에 따라 각 트랙의 개별적 특징이 드러나게 된다. 특히 섬세한 리버브로 마치 목가적인 평온함을 형상화한 듯한 사운드는 음악을 한층 더 여유롭게 해주고 있으며 세련미까지 더하고 있다. 느린 걸음의 산책과도 같은 기분 좋은 앨범이다.
202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