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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nny Martyr - Impossible Space: Reworked (Pretty Decent, 2021)

영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Jonny Martyr의 앨범. 시각 디자이너라는 본업 외에 부업(?)으로 음악 활동을 병행하는데, 전업 음악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인상적인 작업들을 자주 선보이는 뮤지션이다. 여러 편의 상업 광고 음악은 물론 Field Waves라는 활동명으로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을 들려줬고, 본인의 실명으로는 피아노가 중심을 이루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현대 작곡을 발표하는 등 나름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작 Impossible Space (2020)의 수록곡들을 대상으로 여러 뮤지션이 참여해 재구성한 작업들을 담고 있다. 원작의 경우 피아노의 역할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에 다양한 일렉트로닉의 배음과 효과를 활용해 풍부한 감성적 면모를 선보였는데, 이번 리믹스 앨범에서는 신서사이저와 전자 악기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비트와 다양한 시퀀싱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다 감각적으로 연출하게 된다. 재구성 작업을 수행한 뮤지션들의 음악적 개성에 따라 그 방식은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언어와 표현들로 재구성된 장르적 전위를 이루고 있어 마치 공연장에서 연주되던 곡을 클럽의 플로어를 위해 재현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것은 본인의 곡을 Field Waves의 이름으로 리믹스한 작업인데, 원곡 "Done"의 경우 코드를 중심으로 한 멜로디의 감성적 조합으로 풍부한 정서적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면, 이번 앨범에 수록된 버전에서는 코드 진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드럼 비트와 다양한 신서사이저 사운드를 이용해 재구성함으로써 전혀 다른 분위기의 감각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DMS"를 각각 리믹스 한 Dokkodo Sounds와 The Reverse Engineer의 두 버전의 경우, 각자가 오리지널의 어떤 부분에 주목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 중심을 지닌 다른 느낌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어 비교 자체도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원곡을 다시 찾아 듣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James Welland의 경우 원곡이 지닌 감성적인 면모를 자신만의 정서에 기반해 더욱 온화한 분위기에서 재해석하는가 하면, Munbraze의 리믹스처럼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새로운 사운드의 편곡을 선보이면서도 오리지널의 느낌과 분위기를 부각하기 위한 섬세한 노력도 눈에 띈다. 이번 작업에 참여한 뮤지션들 중 눈에 띄는 이름은 많지 않지만, 음악 자체가 주는 즐거움은 그 어떠한 앨범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2021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