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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orge Rossy, Robert Landfermann, Jeff Ballard - Puerta (ECM, 2021)

스페인 재즈 뮤지션 Jorge Rossy, 독일 베이스 연주자 Robert Landfermann, 미국 드러머 Jeff Ballard의 트리오 앨범. 라인-업만 보고 드럼 두 대로 이루어진 녹음인가 싶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호르헤는 드럼 대신 비브라폰과 마림바를 연주한다. 세 명의 뮤지션 공동 타이틀로 발매되었지만, 실질적으로 호르헤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작곡과 연주에서 그의 역할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Chris Cheek"를 제외한 전곡은 호르헤의 오리지널이며 일부 곡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록곡들뿐만 아니라 비브라폰이나 마림바 리드 녹음에 대한 준비 또한 10여 년 전부터 이루어졌다고 밝히는데, 트리오의 공간 구성 속에서 이 악기들을 어떻게 배열하고 다른 파트와의 관계에 대한 접근과 관련한 고민의 흔적은 이번 앨범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비브라폰과 같이 공명에 의한 긴 서스테인과 릴리즈가 다음 음의 어택이나 디케이에 영향을 주며 중첩을 일으키고 주변 악기와의 배음에서 공진의 팽창을 유발하는 사운드에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데,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는 이와 같은 불편함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이는 녹음이나 믹싱과 관련한 섬세한 작업도 큰 몫을 했겠지만, 어쩌면 비브라폰과 마림바를 이용한 이번 리코딩에서 공간을 채우는 대신 비교적 여유를 두고 활용함으로써 주변 악기와의 균형을 염두에 둔 호르헤의 접근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짐작하게 된다. 이는 빼곡하게 음을 나열하는 대신 마치 핵심에 근접한 미니멀한 표현을 통해 라인을 구성하는 호르헤의 연주 방식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균형과 조화는 단지 사운드에서뿐만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고 그 역할을 배분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실제로 이번 앨범에서 들려주는 트리오의 앙상블은 온전한 균일적 합을 이루고 있다. 어느 일부 파트가 다른 영역을 뒷받침하는 식의 고전적인 분할 대신 마치 세 명의 솔로이스트가 자연스러운 합을 이루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실질적인 리더가 호르헤임에도 불구하고 로버트와 제프와 공동 타이틀을 공유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호르헤의 새로운 악기에 대한 도전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문'이라는 앨범 제목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2021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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