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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Julie Campiche Quartet - You Matter (Enja, 2022)

 

스위스 하프 연주자 겸 작곡가 Julie Campiche의 쿼텟 앨범.

 

줄리는 전통적인 클래식 악기 중 하나인 하프를 재즈, 일렉트로닉, 아방가르드 등의 영역에 정착하기 위한 실험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혁진적인 뮤지션 중 한 명이다. 2000년대 말 음악계에 데뷔 이후 Orioxy와 같은 창의적인 그룹에서 하프 외에도 보컬, 작곡, 프로듀싱에도 참여하며 인상 깊은 음악적 성과를 남기기도 했고, 다양한 분야의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악기가 지닌 독창적인 표현의 확장에 기여하기도 한다. 그녀는 개인적인 솔로 활동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참여하면서, 임프로바이징을 바탕에 둔 표현에서부터 작곡을 기반으로 하는 연주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적 접근과 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6년, 줄리는 색소폰 Leo Fumagalli, 베이스 Manu Hagmann, 드럼 Clemens Kuratle 등 신세대 스위스 뮤지션들과 함께 결성한 Julie Campiche Quartet을 선보이게 된다. JCQ는 4년 가까운 무대 경험을 축적하며 데뷔 앨범 Onkalo (2020)를 발표하는데, 자신들의 기본 연주 악기 외에도 일렉트로닉과 그 효과를 접목한 앙상블은 섬세한 공간 구성과 치밀한 사운드의 조합을 바탕으로, 진지하면서도 서정적 분위기가 공존하는 독특한 연주를 들려주게 된다. 재즈의 언어적 특징과 공간적 특성을 바탕에 두면서도, 그 구체적 양식에서는 실험적 유연함과 장르적 개방성을 동시에 담아내는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주변 사회 현실에 대한 음악적 발언을 더하면서 자신들의 연주에 내포해 있는 진지함의 이유를 드러내기도 한다.

 

전작에서는 방사성 폐기물 투기 및 저장과 관련한 문제를 다뤘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난민, 인간적 정체성, 기후 위기 및 세계화, 성차별 등의 다양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음악적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작곡가로서는 현재 인류의 보편적 문제를 다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유럽과 다른 현실적 이슈에 직면한 우리 입장에서는 공감에 많은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체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CQ는 각각의 주제에 대한 표현의 구체성을 통해 나름의 음악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청자에게 개별 곡의 독특한 분위기와 묘사 혹은 서술적 특징으로 전달되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직접적인 정치적 프로파간다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도, 해당 주제를 상징하는 듯한 고유한 테마나 사운드의 구성 등을 통해 나름의 음악적 설득력을 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획일화된 양식 대신 유연한 음악적 확장을 시도하는 듯한 표현의 개방성은, 전체 앨범에서 보여주는 인상적인 대목이기도 하다. 임프로바이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관악의 라인이 전통적인 재즈의 특징을 강하게 부각하면서도, 베이스나 드럼의 역할은 마치 시퀀싱 된 듯한 일련의 반복적 루프를 배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샘플링된 기후 활동가 Greta Thunberg의 내레이션을 통해 직접적인 언어적 개입을 보여주는 등, 개별 곡의 특징에 따른 구성 또한 무척 구체적이다.

 

이 과정에서 재즈 주변 여러 장르의 특징들이 자연스럽게 개입하며, 독특한 분위기의 다면성을 띤 연주가 완성되기도 하는데, 전자 음향과 그 효과를 활용한 앰비언트적인 형상은 물론, 민속적인 분위기의 볼드 한 무게감 등, 전작에 비해 확실히 그 음악적 표현에서 확장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공간 구성은 실험적인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나름의 구조적 치밀함을 유지하는가 하면, 사운드의 조합에서도 섬세함을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악기가 지닌 고유한 어쿠스틱에 바탕에 둔 연주를 들려주면서도, 미세하게 조율된 리버브를 통해 공간의 밀도나 색감을 섬세하게 완성하는가 하면, 서스테인의 끝단에 미묘한 디스토션을 걸어 정서적 긴장을 유도하는 등, 각 악기의 사운드 그 자체에서 연출하는 디테일 또한 무척 인상적이다. 특히 하프 연주는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화려한 글리산도와 같은 표현을 배제하는 대신, 마치 독특하게 튜닝된 건반이나 현악기의 명료한 테크닉을 재현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높음 음역의 현에서도 하프 특유의 배음에 의해 완성되는 무게감 있는 사운드의 릴리즈는, 전체 앙상블의 분위기를 볼드 하게 연출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JCQ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무방하다.

 

JCQ가 보여주는 다면적 특징을 재즈라는 장르에 한정하여 취약성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이들이 다루는 사회 현상과 연관하여 생각한다면 우리가 당면한 현실의 복합성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분명한 것은 앙상블 그 자체로 완성하는 음악은 무척 견고하며, 규범적 통념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형상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명확한 미학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 작곡의 관점에서도 인상적인 결과를 담고 있는 앨범이다.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