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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MRU - Logue (Injazero, 2021)

KMRU으로 알려진 케냐 전자음악가 Joseph Kamaru의 앨범. 작년 한 해 동안 여러 편의 앨범들을 발표하며 마치 어느 한순간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카마루는 이미 Bandcamp를 통해 그 이전부터 꾸준하게 음원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유니크한 앰비언트의 세계관을 선보였다. 이번 앨범은 2017-19년 사이에 완성된 개별 작업들을 엮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지역적 특색은 그의 음악에서 무척 세련된 형식으로 반영되어 있다. 때로는 원시적인 리듬을 형상화한 비트 시퀀싱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자연의 색을 닮은 생동감과 그 빛의 다양한 변화를 묘사한 섬세한 신서사이저의 연주가 주를 이룬다. 그의 연주에는 양가의 측면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피아노 혹은 스트링의 어쿠스틱 음향을 재현한 듯한 모습과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일렉트로닉 그 자체의 고유한 테크니컬 한 표현이 동시에 공존한다는 점이다. 카마루는 그 둘 사이의 경계를 지우거나 모호하게 흐리지 않고 오히려 각각의 음향이 지닌 고유한 질감과 표현 기법을 활용해 하나의 공간 속에서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한다. 그는 필드 리코딩 또한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흔히들 묘사적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현장음을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카마루의 음악에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서사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음악적 체험을 구체화하는 모티브로 작용한다. 카마루의 음악이 단순히 아프리카의 자연과 환경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신서사이저의 엔벨로프, LFO, 필터 등의 조절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사운드의 미세 변화나 아르페지에이터의 루프를 이용한 반복적인 멜로디의 활용을 통해 감각적인 몰입을 유도하는데, 제한된 음역대의 사운드는 조밀하면서도 밝지만 사이버펑크를 연상하는 느낌을 연출하여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에 필드 리코딩이 어우러지면서 자연과 다양한 문명이 일체감을 이루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어, 지금까지 아프리카 하면 연상되던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를 제공한다. 격정적인 감정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마치 관찰자의 시선에서 주변을 둘러보도록 권유하는 듯한 음악적 연출이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21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