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카리 이코넨 트리오의 신보. 몇 년 전 자라섬을 계기로 국내 관객들 앞에서 공연을 펼친 적 있기 때문에 KIT의 이름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이번 앨범은 Ozella 레이블을 통해 발매되는 세 번째 스튜디오 녹음이며 기존 베이스 주자였던 Ara Yaralyan 대신 Olli Rantala가 참여하고 있으며 드럼은 여전히 Markku Ounaskari가 담당하고 있다. 첫 번째 앨범이었던 Bright (2013)가 KIT만의 음악적 화려함과 테크니션으로서의 완성도를 선보이는 계기였다면 두 번째 Beauteous Tales And Offbeat Stories (2015)는 안정된 언어를 바탕으로 기존 작업을 확장하여 다양한 표현의 순간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반영한 작업으로 기억되고 있다. 음악적 확장성을 전제한 정통적인 스텐스에서 차츰 표출 가능한 개방적 표현을 위한 트리오의 조합과 구성을 사고하는 방향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별 뮤지션의 입장에서는 이미 견고한 자기 언어와 표현이 있겠지만, 트리오라는 팀플레이의 관점에서 이들을 보게 되면 변화와 진화의 모티브를 새로운 앨범 속에서 늘 발견하게 된다. 이번 앨범 역시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변화를 진화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유연함을 바탕으로 한 인터액티브의 정교한 구성 때문일 것이다. 개별 성원들의 테크닉이 트리오의 구성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그 과정은 차츰 KIT의 고유한 언어로 정착된다. 때문에 KIT의 음악은 우리가 흔히 연상하게 되는 북유럽적인 정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단지 스타일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음악적 합의를 이끄는 공간 구성에서의 개별적 자율성이라는 관점에서도 해당하는 사항일 것이다. 다만 트리오의 유기적 조화를 강조하고 인터플레이의 계기에 대한 지속적인 상호 견인 과정에서도 개별 공간의 적극적인 창의를 끊임없이 유도한다는 점에서 KIT의 독특한 포지션을 짐작할 수 있다. 개별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창의는 기악적 테크닉뿐만 아니라 악기 자체의 가능한 표현까지 개방하기도 한다. 진화의 과정이라 더욱 흥미로운 작업이다.
201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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