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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etil Bjørnstad - Nightwalker (Grappa, 2023)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Ketil Bjørnstad의 솔로 앨범.

 

케틸은 16세 되던 1969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뮤지션이며, 여전히 10대 시절인 1972년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기도 하다. 두 분야에서 케틸은 대중은 물론 평단의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며, 그의 창작은 지금도 여전히,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작년에 70세를 맞이한 케틸은 생일에 맞춰 기념 솔로 음반 New Morning (2022)을 발매하고 이후 시집 Sommernatt ved fjorden (2022)을 출판했다. 그리고 올해 새로운 음반을 공개했고 오는 가을에는 새 저서의 출간을 예고하고 있다.

 

작년의 앨범이 70세를 맞이한 피아니스트의 회고적인 감정은 물론, 그 제목에서 암시하듯, 새로운 삶의 순환을 시작하는 아침에 대한 의미를 담았다면, 이번 녹음은 그 연장 속에서 다가올 밤에 대한 정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케틸의 회고에 의하면 그는 10대 어린 시절부터 밤을 좋아했고, 도시와 자연이 전하는 고요의 시간 속 풍경과 어둠의 불빛이 전하는 수많은 모습을 바라보면서, “모든 인상을 흡수하고 […]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몽상”을 이어갔다고 전한다. 그리고 지금도 “음악이 흐르는 풍경 속에서, 밤길을 걷는 꿈”을 꾼다고 한다. 결국 케틸에게 밤은 또 다른 빛인 샘이다.

 

2CD로 발매한 이번 앨범은 같은 곡에 대한 서로 다른 상반된 해석을 담고 있는데, 첫 번째 CD의 경우 23개의 피아노 솔로 연주를 수록하고 있고, 두 번째에서는 펜더 로즈 버전으로 재구성한 곡을 담고 있다. 타이틀 곡인 “Nightwalker”의 경우만 하더라도 하나의 CD 안에서 “Twilight”, “Past Midnight”, “Early Morning” 등 세 개의 다른 버전이 존재하는데, 케틸의 음악적 엄밀함이 전하는 동일한 테마의 재현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미묘함을 섬세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피아노 버전과 펜더 버전의 차이는 조금 극적이다. 레트로한 웨이브를 품은 익숙한 펜더 사운드로 재현한 곡들은, 몽환적인 움직임을 포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상의 빛과는 다른 낯선 동요나 불안을 담아내는 듯한 느낌처럼 전해지기도 하여, 피아노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둘은 마치 어둠 속에서의 명과 암의 대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둘 다 같은 본질을 공유한 일상적 삶의 다른 표현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앨범 전체는 여전히 케틸 특유의 음악적 표현으로 가득하다. 고전적인 대위적인 선율을 바탕으로 하는 연주와 현대적인 스케일을 혼용하는가 하면, 민속적 테마와 클래식의 언어가 하나의 단일한 표현 속에 공존하는가 하면, 어느 순간에는 그 모든 것들이 절묘한 긴장 속에서 서로에게 침투하며 서서히 융해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마치 케틸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한 양식을 자신의 언어로 통합한다는 인상을 줄 만큼 신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 연주 과정에서 이는 다면성을 포함하는 미묘함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스타일이 대칭과 대비를 이루며 세밀한 감정적 동요를 포착하기도 한다. 그만큼 케틸의 연주는 유연함을 넘어서, 언어 그 자체가 지닌 표현의 자연스러움을 담아내고 있다. 그 음악적 표현은 시적이면서도 마치 일상의 언어로 표현한 듯한 친밀감을 지니고 있어, 케틸의 연주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들려주는 듯하다. 피아니스트가 전하는 이야기는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수려함을 지니고 있고, 단어 하나하나에 풍부한 지적 교양과 예술적 삶의 경험을 응집하고 있다.

 

느린 걸음이지만, 밤의 풍경을 섬세하고 풍부한 감정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간결한 표현이지만, 이미 그 안에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으며, 그 어떤 수사나 부연 없이도, 그 자체로 온전한 시적 완결을 이루고 있다. 같은 테마를 다른 악기로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그 곡에 담긴 서로 다른 이면을 경험할 수 있는데, 밤과 낮이라는 것도 결국 빛 혹은 삶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현재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피아노 연주만 공개하고 있으며 펜더 버전은 CD로 감상할 수 있다.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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