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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til Bjørnstad - New Morning (Grappa, 2022)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겸 시인 Ketil Bjørnstad의 솔로 앨범. 1952년 4월 25일 생인 케틸은 어린 시절 클래식을 공부했고, 1969년 16세의 나이에 필하모닉과 협연하며 본격적으로 전업 뮤지션의 길에 올라섰으며, 여전히 10대 시절인 1973년에 첫 음반을 발표한다.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80장에 가까운 앨범을 선보였는데, 그중에는 ECM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여러 편의 녹음을 포함하고 있으며, 레이블과의 오랜 인연 또한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시절 케틸은 클래식의 접근을 통해 재즈와 즉흥연주를 수용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양식의 표현을 발견하는 일련의 음악적 실험을 선보이며, 흔히 말하는 유러피언 재즈의 유형적 특징을 제안하기도 했는데, 이는 이후 더욱 진화한 방식으로 피아니스트 개인의 음악적 언어로 더욱 구체화한다. 케틸의 음악에 내재한 함축적인 시적 표현은 그의 문학적 창작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실제로 그는 10대 시절부터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작가로서 말하는 법을 익혔고, 1972년에 첫 시집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시적 영감을 반영해 작곡이 이루어진다고 밝히기도 했고, 음악으로 완성되지 않은 부분은 글로 표현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번 앨범을 예고하며 공개된 이미지와 어제 발매된 커버가 다르다는 것이 눈에 띄는데, 새로운 표지는 10년 전의 Vinding's Music (2012)을 연상하게 하고, 제목에서는 20년 전의 New Life (2002)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어쩌면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을 듯싶다. 다만 10년 전의 앨범은 자신의 60세 생일 전후로 발표가 이루어졌고, 이번 작업 또한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점에서, 어느 정도 회고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의 직접적인 계기는 감염병 사태로 인한 도시 폐쇄였고, 암울한 상황에서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질문하며 기획된 관객 없는 공연에 참여하면서, 케틸은 음악이 모든 것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소감을 밝힌다. 회고적인 성격과 음악에 대한 희망은 이번 앨범의 선곡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기존 자신의 곡을 새롭게 연주한 레퍼토리를 포함해, 신곡 또한 상당수 수록하고 있으며, 75분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그랜드 연주는 그 어느 때보다 명료하고 시적이다. 이번 앨범 발매와 함께 케틸의 시집 Sommernatt ved fjorden - Kaerlighetsdikt gjennom 50 ar (2022)도 함께 공개되었다. 케틸의 음악은 시집 제목처럼 ‘피오르드의 여름밤’ 같은 한결같은 서정을 품고 있었고, ‘50년 동안 쓴 사랑의 시’처럼 깊은 향기를 더해가고 있다.

 

20220423

 

 

 

related with Ketil Bjørnstad

- Ketil Bjørnstad - Sunrise: A Cantata on Texts by Edvard Munch (ECM, 2014)
- Ketil Bjørnstad & Anneli Drecker - A Suite of Poems (ECM,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