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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inkajous - Being Waves (Running Circle, 2021)

실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이는 영국 재즈 그룹 Kinkajous의 앨범. 2010년대 중반 색소폰/클라리넷 연주자 Adrien Cau과 드러머 Benoît Parmentier를 중심으로 결성되었고 미니 앨범 Staring At The Odds (2016) 이후 멤버 교체를 통해 피아노/로드 Maria Chiara Argirò와 베이스, Andres Castellanos가 합류하면서 발표한 데뷔작 Hidden Lines (2019)는 킨카주스의 존재감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 이번 앨범은 신서사이저 Jack Doherty가 가세하여 더욱 확장된 사운드를 통해 녹음한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이다. 전작에서는 게스트 뮤지션들이 참여하면서 관악기를 중심으로 현악의 라인과 일렉트로닉의 배음을 활용하여 재즈가 지닌 개방적 표현을 통해 대비적인 긴장과 조화로운 하모니를 동시에 표출하는 독특한 음악을 선보였는데,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오른 듯한 묘한 레트로 사운드 연출 덕분에 다분히 몽환적이면서도 여유로운 느낌을 전달했다. 이번 작품에서도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를 이용한 풍부한 배경을 구성하고 관악을 중심으로 테마와 라인을 이끌며 일렉트로닉을 통해 애트모스페릭 한 주변음과 공간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전작과 거의 유사한 사운드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분위기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색다르다. 전작이 비교적 여유로운 사운드의 집적을 보였다면 이번 앨범은 둠 스타일이 연상되는 다분히 도회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일렉트로닉의 활용에 있어 다른 재즈 뮤지션들처럼 진행 속에서 드러나는 주변적인 효과나 표현이 아니라 마치 현재의 전자음악이 보여주는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전체적인 레이어의 주요 축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누-재즈나 퓨쳐 재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긴 하지만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와 함께 이루어지는 총체적 구성 속에서 이들처럼 복합적이고 치밀한 예는 그리 흔치 않은 것은 분명하다. 오케스트레이션 사운드를 활용하지만 풍성하거나 조밀한 접근 대신 각각의 사운드들이 서로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취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는데 이는 앨범 전체의 레트로 한 인상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연출에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전작의 성과와 이번 앨범을 함께 떠올려 보면 킨카주스는 여러 음악이 지닌 장르적 경계들 위에 존재하는 접합적 표현들을 오가며 그 바운더리의 확장 속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듯하다.

 

20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