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Kinn - Dogtooth (First Light, 2023)

 

Kin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Frederick Lomas의 앨범.

 

인류 역사상 선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한 최초의 세대가 등장했는데, 이는 흔히들 MZ로 통칭하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선진국으로 분류된 거의 모든 국가에서 겪고 있는 공통 현상 중 하나라고 보도한다. 평균의 통계는 높아졌지만, 중위의 삶은 과거에 머물렀거나 낮아졌으며,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 지출은 높아진 만큼, 수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대적 빈곤은 절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돌입했다. 예술이 현실을 반영한다면, 이와 같은 현재의 정점에 있는 청년들은, 과거와는 다른 어떤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예로 프레디의 음악을 손꼽고 싶다.

 

프레디는 런던 북부에서 성장하며 “늘 집 밖에 있는” 청소년으로 자랐다고 밝히고 있으며, 자신의 음악은 어린 시절에 직면했던 취약성을 반영한다고 이야기한다. 10대 시절 토트넘 폭동을 경험했고, 성인이 된 후에도 “주변 환경에 녹아 있는 끊임없는 적대감”에 직면해야 했으며, “고층 빌딩으로 형성된 부정부패, 가까운 거리에서 벌어지는 국제 정치 스캔들”을 마주해야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환경은 프레디를 음악적으로 성장하게 했으며, 현재 그는 무대와 공연을 위한 다양한 활동은 물론, 무용과 전시 등 여러 학제 간의 연관 속에서 예술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프레디는 자신의 음악을 “비참한 전자음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레이블 데뷔작 Anamnesis Landscape (2020)가 2018-2020 사이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이번 앨범은 2020-2022의 경험을 함축하고 있어, 어쩌면 이번 작업의 사운드는 더 날카롭고, 내면의 동요를 보다 직관적으로 담아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전작의 경우 신서사이저 Shaun Duncan이 부분적으로 참여한 것 외에 거의 모든 연주를 프레디가 직접 담당했다면, 이번 녹음에서는 숀 외에도 첼로 Will Boon, 비올라 Jenny Ames, 드럼 Louis Giannamore, 내레이션 Xavi Armando Vilaplana 등이 다양한 레이어를 더하고 있으며, 스튜디오 작업의 정교함도 눈에 띈다. 그만큼 앨범에서 가장 먼저 귀를 사로잡는 것은 사운드 그 자체다. 사운드 하나하나의 캐릭터는 흐름 속에서도 쉽게 부서지거나 변질되지 않는 지속성을 지니고 있어,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 강한 정체성을 지닌 듯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전자 음향은 필터와 효과에 의해 그 공간적 표현이 달라질지언정, 고유의 웨이브는 쉽게 변하지 않아, 그 자체로 인상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는 기타나 피아노와 같이 고유한 특성을 지닌 사운드는 물론, 첼로나 비올라 등의 현악기 또한 하나의 곡에서 재현 고유의 톤과 울림을 비교적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마치 해당 트랙의 음악적 메시지에 따라 해당 악기의 사운드 특징이 정의되는 듯한 엄밀함을 유지한다. 짧은 어택의 퍼커시브한 사운드의 릴리즈도 마찬가지며, 내레이션으로 등장하는 목소리 역시 공간적 밀도감으로 완성한 역할에 엄격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익숙한 소스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를 자신의 음악적 배열 속에서 활용하는 방식은 과감하면서도 도발적이기까지 하고, 이와 같은 의외성은 낯설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전달한다. 때문에 익숙한 사운드와 효과를 조합해 마치 사운드 콜라주와도 같은 통합적 표출을 보여준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전체 음악의 흐름은 온전한 완결성을 지닌 견고함을 지니고 있음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각각의 고유한 캐릭터를 체현하는 듯한 개별 사운드는 마치 장르 영화나 드라마 속 등장인물처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서로 대질하고 대면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주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과 몰입의 연속을 완성하고 있다. 사운드 자체의 캐릭터는 은유적이지만, 그 표현은 무척 직설적이다. 순간순간 파편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운드의 조합이 곡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하나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모습은 무척 극적이고 놀랍다. 그 인상만큼 음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하고 몰입적이며, 때로는 처연하기까지 하다.

 

통상적인 전자 음악의 작법에서는 비정형화된 배열을 활용해 일련의 음악적 규칙성을 완성하는 다양한 과정을 보여준다면, 킨의 작업은 그 규칙성 또한 의외성을 강하게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현실에 대한 인식 혹은 감정을 반영한 이와 같은 의외성이 전하는 시각은 강렬하면서도 충동적이지만, 강하게 음악적이다. 오늘날 젊은 세대의 우울과 좌절이 어떤 예술적 표현을 만들고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훌륭한 사례가 아닐까 싶은 앨범이다.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