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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Kit Downes - Obsidian (ECM, 2018)


영국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킷 다운스의 ECM 솔로 데뷔 앨범. Thomas Strønen의 어쿠스틱 앙상블 Time Is A Blind Guide (2015)에서 피아니스트로 참여해 ECM과 첫 인연을 맺은 다운스는 이번 앨범에서 잉글랜드 서퍽 주의 St John’s in Snape과 St Edmund’s Church in Bromeswell 그리고 London’s Union Chapel 등 세 지역의 있는 서로 다른 크기와 규모의 교회 오르간들을 이용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한 다운스는 자신의 트리오 Troyka를 비롯해 여러 뮤지션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음악적 커리어를 축적한 소장 뮤지션이다. 그의 다양한 활동 과정에서 Chris Hyson의 원곡들을 피아노 솔로로 연주한 미니 앨범들을 발표하는가 하면, 이번 앨범 중 "Modern Gods"에 게스트로 참여한 Tom Challenger (ts)와 교회 오르간 듀엣으로 Vyamanikal (2015)을 녹음하기도 한다. 때문에 솔로와 교회 오르간이라는 작업은 다운스에게 있어 이미 익숙한 환경이기도 하며, 실제로 이번 앨범이 녹음된 Snape과 Bromeswell의 오르간은 2015년 앨범이 녹음된 장소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에서 다운스는 의례 교회 오르간 하면 연상되는 장엄한 사운드의 오케스트레이션을 구성하기보다는 오르간 파이프 하나하나의 소리에 집중하는 신중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개별 사운드를 중첩시켜 다중의 레이어를 만들지도 않으며 녹음에서는 잔향조차 느껴지지 않는 드라이한 느낌으로 담아내고 있다. 대신 각각의 장소에서 울리는 개별 오르간 소리에 집중하며 그 특징과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은 역력하다. 그런 의미에서 앨범 전체에서 가장 독특하고 이질적인 곡은 테너와 듀엣으로 녹음된 "Modern Gods"일 것이다. 두 개의 상이한 사운드와 라인이 상호 중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긴장이 곡의 핵심을 이루고 있어 이전 2015년 듀엣 앨범의 분위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가 작곡한 한 손을 위한 피아노 소품 악보에서 느꼈던 다운스의 집요함이 소리에 대한 집착으로 표현된 듯한 앨범이다.

2018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