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자음악 및 작곡의 개척자 Klaus Schulze의 앨범. 이번 앨범은 지난 4월,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 클라우스의 47번째 공식 타이틀이며, 고인이 살아생전 오랜 투병 기간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작업한 작품으로 전해진다. 1980년대 무렵, 국내에서 클라우스의 음악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계보에서 다루어졌지만, 보다 세분화된 오늘날의 관점에서는 당대의 베를린 스쿨과 클라우트 록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으며, 그 영향력은 지금의 일렉트로닉과 앰비언트 계열의 무수한 경향적 특징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라는 실존성 또한 지니고 있다. 클라우스는 개조한 전자 오르간을 이용해 독특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완성하는가 하면, 이후 아날로그 신서사이저가 지닌 다양한 패치와 주변 장치를 활용한 시퀀싱을 통해 새로운 사운드의 경험을 음악에 융합하기도 했으며, 디지털 악기의 활용을 통해 낯선 주변음들을 대중적인 표현에 응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세계관을 완성하기도 한다. 개별적인 미니멀한 사운드와 복합적인 시퀀싱의 점진적인 중첩을 통해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특유의 플로우는 전자 음악이 지닌 독특한 내러티브의 구성의 주요한 사례로 인식되고도 하며, 그 과정에서 즉흥적인 모티브를 활용한 다양한 유형의 레이어링을 통해 고전적인 장엄함을 일렉트로닉에 도입하는 독창적인 창의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클라우스는 남성 오페라를 비롯해 기타, 첼로 등과 같은 연주 악기와의 관계에서 유연한 유기성을 탐험하기도 하여, 오늘날의 일렉트로-어쿠스틱이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다양한 경향성과도 연관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은 이와 같은 클라우스의 상징적인 일면들이 지닌 핵심을 요약하는 듯한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이번 작업은 그 타이틀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Frank Herbert의 소설 Dune 시리즈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어, 이전 Dune (1979)를 비롯해 그 이전 X (1978)의 트랙 “Frank Herbert”에서 보여준 음악적 성과와의 관련성도 짐작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작업 Denis Villeneuve 감독의 리메이크 영화 Dune (2021)에서 음악 감독 겸 작곡가 Hans Zimmer가 클라우스의 1979년 앨범의 기본적인 베이스 라인을 인용함으로써, 40년 전의 음악이 지닌 현대적인 의미를 복원한 것이 계기기 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클라우스는 전작에서 보여준 거대한 우주적 세계관 대신,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 주목하여 ”Osiris (Pts. 1-4)”, “Seth (Pts. 1-7)”, “Der Hauch des Lebens (Pts. 1-5)”로 이루어진 거대한 3부작을 완성한다. 각각 18:28, 31:47, 27:08의 길이를 지닌 대작들로 레이어의 구성과 변화 및 새로운 사운드의 점층 등을 통해 진화하는 과정을 개별 파트로 구분하고 있으며, 그 자체로 고유한 음악적 서사시를 담고 있는 웅장한 내러티브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1979년 작업에서 보여준 내러티브 중심의 음악적 플로우를, 점층적 전개와 형식적 전환을 통한 진행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 완성하고 있으며, 묘사적인 특징들을 주변화 하는 대신, 음악적인 흐름 그 자체가 이끄는 자연스러운 몰입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Seth”에서는 기존 녹음에서 등장했던 Wolfgang Tiepold의 첼로를 복원해 이전 작업과의 연관성을 명확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관점에서 재구성된 공간에 배열함으로써 그 의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듯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Der Hauch des Lebens”에 등장하는 Eva-Maria Kagermann의 보이스는 신서사이저와 독특한 하모닉스를 연출하며 삶의 황량함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듯하며, 후반으로 갈수록 더해지는 신스의 장엄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웅장했던 고인의 삶이 전하는 마지막 ‘삶의 손길’처럼 전해지기도 한다. 지구에서의 삶을 마치고 아라키스로 떠난 클라우스의 선물과도 같은 앨범이다.
2022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