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피아노 Frede Holger Thorsen, 베이스 Harald Hagelskjær, 드럼 Gustav Hagelskjær로 이루어진 Kosmos Trio의 데뷔 앨범.
KT에 대해서는 레이블에서도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연주자 개인의 프로필이나 경력에 관해서도 알려진 바가 그리 많지 않다. 2017년 프레데와 구스타프가 European Jazz Orchestra에서 운영하는 파생 프로그램인 Play!Ground를 통해 맛났고, 이후 드러머의 동생인 하랄드가 참여하면서 현재의 트리오가 결성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당시 이들의 나이는 22세와 18세에 불과했다고 한다. 트리오 결성 직후부터 KT는 자신들이 연주할 곡들을 직접 작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완성한 이번 앨범은, 자신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한 Tigran Hamasyan과 Avishai Cohen 등의 현존 거장들의 스타일과는 다른, KT만의 음악적 색감을 담아내기 위한 흔적이 가득하다. 북유럽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유형적인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면서도, 진행의 전환이나 모티브의 전개에서의 유연함을 통해 자신들만의 감각적 재능을 연주에 담아냄으로써, 나름의 독창성을 드러내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T는 트리오의 미니멀한 편성을 활용하면서도 공간을 넓게 활용해, 그 안에서 모든 요소들이 자연스러운 균형을 이루도록 의도하여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동시에, 서정성에 기반한 시적 멜로디와 이를 반영한 표제적인 타이틀 등을 통해 온화한 인간적 정서를 담아내는, 노르딕의 통상적인 표현에 비교적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T가 구사하는 서정적 표현은 일련의 음악적인 내러티브와 연관을 갖게 되며, 그 전개에서 다양한 모티브와 복합적인 요소의 개입을 통해 자신들만의 고유함을 완성하려는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하나의 곡 안에서도 낭만과 비장함이 교차하여 복합적인 서사를 연출하는가 하면, 앨범 전체의 구성 또한 정서적 균일함을 바탕에 둔 다양성을 염두에 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적지 않은 준비 기간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KT가 이번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는 팀워크와 다양한 방식의 인터플레이 또한 매력적이다. 진행의 전환에서 보여주는 완급과 강약의 세밀함과 정교함은 물론, 기악적 상호작용을 통해 긴장과 이완을 염두에 둔 듯한 복합적인 유형의 하모니를 완성하는 방식 등은, 듣는 이에게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만큼 감각적이다. 여기에 각자의 음악적 기량과 여러 기악적 표현을 더하며, 다양한 모티브의 섬세한 표현을 완성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 역시 곡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배열되며, 나름의 음악적 밀도와 내밀한 균형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개별 공간에서의 자율적인 연주보다는 음악적 내러티브를 우위에 둔 듯한 앙상블과 그 효과가 더 부각되는 듯하면서도, 개별 연주의 디테일에 대한 조율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어, 다분히 입체적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덕분에 듣는 입장에서는 이들의 음악적 메시지를 보다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어쩌면 이는 이들이 구성하는 음악적 내러티브를 더욱 극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을 듣다 보면 한편에서는 통상적이라는 인상을 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일상적 양식에서 멈추지 않으려는 이들의 창의적 노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다만 이후에 KT가 더욱 견고해진 팀워크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선보이게 될 작업에 베팅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202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