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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TO - Storybook (Injazero, 2017)


영국의 작곡가 Stephen Packe의 솔로 프로젝트 LTO의 신보. 2010년대 2년 남짓한 활동을 끝으로 해산했던 Old Apparatus의 멤버 중 한 명으로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던 스티븐은 LTO의 이름으로 No Pasa Nada (EP, 2015)와 The Number From Which All Things Come (2016)를 발표하며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선보인다. 비정형적인 드럼 비트와 노이즈 이펙트, 텍스쳐가 상이한 사운드 등을 서로 대립시켜 혼란스러우면서도 균형감이 느껴지는 오묘한 앰비언트 스타일을 시도했다. 앞선 그의 음악 전력에 비춰 본다면 이번 앨범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기계음이 만드는 낯선 효과와 사운드가 서로 대립점을 형성했던 것에 비해 이번 앨범에서는 인간의 일상적 숨결이 느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음의 활용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은 여전하지만 일상의 소리나 사람들의 대화 등이 스트븐 고유의 전자음과 음악적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는 과거 올드 아퍼레이터스 시절 부분적으로 선보였던 스타일이긴 하지만, 일상의 사운드와 전자음이 일정한 테마와 규칙적 패턴의 리듬에 의해 형식적 구성을 지닌 흐름을 이어가며 독특한 앰비언트를 형상화하는 것은 전에 없던 이번 앨범의 특징 중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스티븐이 지금까지 선보였던 그 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성들이 완전히 배제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질적이고 때로는 대립적인 사운드 사이에서 서로 균형을 맞춰 매력적인 앰비언트를 구성하는 사운드 디자이너로서의 디테일은 여전하다. 난해했던 표현들이 서정적 형상을 취하고, 어두웠던 명도가 다소 밝은 빛을 띄고 있긴 하지만 스티븐의 회색빛 글루미한 정서는 새로운 음악적 스타일 속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Storybook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이 암시하듯, 각각의 곡들마다 선명한 내러티브를 이루고 있으며 그 진행과 결론의 의외성에 가끔은 신선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흥미로운 앨범이다.

 

2017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