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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aibach - Also Sprach Zarathustra (Mute, 2017)


슬로베니아에서 결성된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록 밴드 라이바흐의 신보. 2015년 록 밴드로는 최초로 북한에서 공연을 성사시켰고 관련 다큐 Liberation Day (2016)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개봉되면서 한국을 찾기도 했다. 밴드는 1980년에 결성 되었으니 연방 해체 이전 유고슬라비아 시절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밴드 이름 라이바흐가 독일 점령 당시 현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의 독일식 이름이었고 나치 근위대를 연상시키는 무대 복장 때문에 나치주의자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이들은 인종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정치 음악적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기도 했다. 앞서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록 밴드라고 소개는 했지만 이들의 음악이 내포하고 있는 양식이나 특징의 다면성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40년 가까운 활동 기간 중 여러 변화의 계기들이 존재하긴 했지만 전위적인 표현주의, 네오 클래시컬한 어법, 일렉트로닉에 기반한 사운드스케이프, 다크 웨이브적인 앰비언트 등의 요소들은 그 형태를 변모시킬 뿐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이들의 음악 활동에서 보여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기존 곡들에 대한 커버 작업과 재구성 등과 관련된 것이다. 비틀즈나 롤링 스톤스의 곡들을 커버한 앨범이 대표적이다. 또한 Jesus Christ Superstars (1996)와 같이 기존 작품을 해체하고새로운 형식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의 작업도 있는데 이번 앨범 또한 이 범주에 포함된다. 스트라우스의 음악을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면 무척 난감해진다. 마치 Kapital (1992)에서 그랬듯이 라이바흐는 스트라우스를 우회해 직접 니체에 도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해도 신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창조적 의지를 발견하는 과정을 음악과 직접 연관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네러티브의 구조를 지닌 앨범이지만 니체의 원본 속에서 드러나는 은유와 상징에 대한 음악적 묘사가 압도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차라투스트라가 뭐라고 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음악과 관련한 인간의 창조적 의지 만큼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17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