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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ara Rosseel - Hert (W.E.R.F., 2022)

벨기에 재즈 베이스 연주자 Lara Rosseel의 앨범. 라라는 클래식을 전공했고 여러 재즈 밴드에서 연주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그룹을 결성, 이후 De Grote Vrouw (2020)를 발표하며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풍부한 관악 사운드를 조합하고 여기에 비브라폰/마림바를 배치해 독특한 공간감을 연출하면서도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밴드 리더로서의 탁월한 재능을 펼쳐 보인다. 이번 녹음은 작년에 새롭게 결성한 퀸텟 포맷으로 진행하는데, 라라는 더블 베이스와 일렉트릭 베이스는 물론 바이올린과 보컬 및 퍼커션 등을 연주하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트럼펫/플로겔호른 Sam Vloemans, 기타 Vitja Pauwels, 드럼 Angelo Moustapha를 비롯해 전작에도 함께 했던 Sep François는 비브라폰을 비롯해 콩가, 카혼, 칼람바 등 여러 타악기들을 연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라인-업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번 작업에서는 전작보다 편성의 규모를 줄이는 대신 전체 구성원들의 능동적 자율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선보이고 있으며, 음악의 스타일 또한 다변화하며 현재의 팀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양식들을 조직해내고 있다. 라이브 형식의 녹음을 바탕에 두면서도 스튜디오 작업의 장점을 살려 더블링이나 오버 더빙을 통해 호른이나 기타의 라인을 복합적으로 구성하는 한편, 퀸텟의 규모를 넘어선 폭넓은 사운드의 조합을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와 같은 기교적인 측면이 앨범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며, 전체 연주 공간을 폭넓게 활용하면서도 능동적인 자율성이 발현될 수 있는 진행과 구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표출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마련하고 있다. 개별 공간의 라우 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수용하며 전체적인 사운드의 통합에서도 치밀한 정합성보다는 자연스러운 밀집을 지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고 여유로운 인상을 전달한다. 때로는 생기가 넘치면서도, 곡에 따라서는 우아한 흐름을 이어가는가 하면, 주변 장르의 여러 표현을 인용하는 등 다양한 요소들 사이에서도 라라 자신의 음악적 경계를 명확히 하는 인상적인 균형감을 보여준다. 개별적 창의성을 구성원들 내부의 상호적 인과관계로 조직하는 동시에 이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표현으로 완성한다는 점에서, 밴드 리더로서의 라라의 능력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