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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auge & Perry Frank - Selvascapes (Valley View, 2021)

Lauge와 Perry Frank의 앨범. 20년이 넘는 활동 경력을 지닌 로지는 덴마크 앰비언트 뮤지션 Henrik Laugesen의 활동명으로 특히 Lauge & Baba Gnohm라는 듀엣 프로젝트를 통해 폭넓은 일렉트로닉의 표현을 선보이는가 하면 여러 개인 활동을 펼치면서 앰비언트, 드론, 모던 클래시컬에 이르는 폭넓은 음악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북유럽 특유의 차가운 정서를 반영하고 있는 사운드로, 이는 로지의 다양한 장르적 표현 속에서도 그의 유니크 한 특징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페리 프랑크라는 활동명을 사용하는 이탈리아의 Francesco Nicola Perra는 일렉트로닉과 기타 연주를 활용한 앰비언트와 포스트-록, 사이키델릭은 물론 어쿠스틱 음악까지 포괄하는 사운드의 다양성을 선보이는 뮤지션이다. 특히 올해 들어 페리 프랑크는 협업 작업을 통해 자신의 음악적 사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은 그 과정의 일부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사실 앰비언트와 일랙트로닉이라는 형식적 공통분모 외에는 서로 다른 스타일과 사운드의 톤을 지는 두 뮤지션의 컬래버레이션이다 보니 그 결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열대 다우림의 풍경'이라는 둘 중 누구에게도 귀속되지 않는 독특한 테마를 설정함으로써 공동 창작을 위한 합의의 토대를 마련한다. 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뮤지션에게 현재의 세계적 감염병 사태는 활동을 위협하는 악재일 수밖에 없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온-라인을 통한 협업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이 둘 또한 지난해부터 꾸준히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현재의 성과를 끌어낸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앨범은 이들 둘의 음악적 톤과 색감을 반영하면서도 독특한 사운드의 응집을 포함하는 좋은 결과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특히 앨범의 타이틀에 걸맞은 개별 주제들을 각 트랙에 배치하고 그 이미지에 어울리는 묘사적 사운드를 함께 도출함으로써 개별 곡의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는 음악적 이미지를 훌륭하게 재현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기타를 제외하면 어떤 사운드와 어떤 텍스쳐가 누구의 것인지 구분하기 힘든 일체감을 보여주면서도, 기존에 각자가 추구했던 음악적 특징들도 살아 있어 그 분위기와 느낌은 상당히 묘하다. 열대 다우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하면서도 차가운 사운드에 온화하게 감싸지는 에어리 한 공간감을 부여함으로써 색다른 느낌을 전하는데, 음악이 완성하는 이미지는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신비한 숲 속 풍경을 고스란히 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2021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