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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awrence English - Observation of Breath (Hallow Ground, 2021)

오스트레일리아 작곡가 겸 예술가 Lawrence English의 앨범. 실험적인 음악을 탐구하기 위한 플랫폼인 Room40 레이블의 설립자이자 음악 감독이며, 설치 예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로렌스의 경력은 서로 긴밀한 연관을 이루며 절묘한 총체성을 이루기도 한다. 공간과 소리에 대한 통합적 사고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전달하는 듯하며 이는 추상적인 테마를 중심으로 하는 그의 예술적 아이디어와도 연관을 이룬다. 때문에 그의 초기 음악 활동은 공간의 소리를 탐구하는 필드 리코딩과 관련되기도 했고, 또한 최근에는 소리 그 자체가 함의하고 있는 존재론적 의미를 추적하는 집요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호흡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 제목과도 같은 이번 테마 역시 추상적 실재에 관한 로렌즈의 집요한 관찰과 표현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그가 사용한 악기는 오스트레일리아 The Old Museum in Brisbane의 콘서트홀에 설치된 1889년에 제작된 파이프 오르간으로, 이미 이전 작품인 Wilderness Of Mirrors (2014)와 Cruel Optimism (2019)에서 이 악기를 부분적으로 이용한 작업을 선보인 바 있었다. 이번 앨범에는 기존 작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The Torso"가 수록되었고 작년에 이번 테마를 위해 새롭게 세 곡을 더 녹음했다. 같은 악기를 사용한 녹음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앨범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질감이나 느낌은 이전 작업과는 확연히 다르다. 기존 두 작품이 동일한 음악적 콘텍스트를 공유한다는 인상이 강하다면 이번 녹음은 테마가 상징하는 무의식적인 행위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듯한 표현이 부각된다. 중저역의 낮음 음역에서 깊은 흐름을 이어가는 드론은 폴리포닉 한 사운드를 연출하면서도 모래알에 의해 긁히는 듯한 거친 텍스쳐를 만들어내는데, 그 진행은 마치 들숨과 날숨 사이의 공백과도 같은 단락들이 연결되어 마치 힘겨운 생명력을 표현하는 듯하다. 기계 장치에 공기를 불어넣어 만들어내는 다양한 주파수의 스펙트럼은 종종 우리의 가청 음역대는 물론 서브 우퍼의 재생 범위조차 넘어선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청각이 아닌 몸을 통해 전달되는 진동의 밀도는 우리의 숨조차 방해하는 역설적인 긴장을 경험하게 만든다. 일상적인 행위임에도 늘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어쩌면 존재의 불확실성을 우아한 무의식의 리듬인 호흡 그 자체를 통해 증명하려는 듯하다.

 

202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