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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evi Patel - Affinity (self-released, 2017)


뉴질랜드 출신의 젊은 작곡가 레비 파텔의 첫 정규 앨범. 2013년부터 발표한 몇 개의 인상적인 단편들을 접하면서 정규 앨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앰비언트 뮤지션들 중 한 명이다. 또한 올 해 초 발표된, 국내에서 활동 중인 단편 영화 감독 Nils Clauss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담아낸 미니 다큐 Last Letters에서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레비 자신은 이 다큐가 이번 앨범과도 관련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앨범에 수록된 곡의 제목들을 보면 관념적 표제들이 강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취하고 있는 음악적 전략은 매우 명료하고 소박하다. 보편적 언어로서 음악이 지닌 성격을 이용하여 작가의 느낌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타인과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제목은 그러한 전략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기존의 앰비언트 음악들이 즐겨 제시해온 거대 담론들과는 정반대로 개별 인간의 이야기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더 확장된 공감의 계기를 마련한다. 기존에 발표한 싱글이나 EP의 경우 필드 레코딩의 한계를 드러낸 반면,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건반과 기타와 같은 기본 악기들을 레비 자신이 직접 연주하고 디테일한 사운드 텍스쳐를 완성하기 위해 현악의 도움을 받아 음악적으로 뿐만 아니라 레코딩 기술 면에서도 완성도를 높였다. 수록 곡 중에는 2013년에 싱글로 이미 발표했던 "And She Translated into the Sky"도 포함되어 있는데 7분이 넘어가는 런닝 타임 동안 여성 보이스를 활용해 감성의 합의를 이끄는 몰입감이 인상적이다. "Since Last Letters"는 앞서 언급한 미니 다큐에 사용된 곡을 각색해 수록한 것으로 앨범의 타이틀이 우회적으로 암시하는 유대와 공감의 정서를 반영한 대표적인 곡이다. 마치 일상의 언어를 시적인 표현으로 정제해 진솔하게 이야기하듯 다가오는 앨범이다.


2017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