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Lewis Wright featuring Kit Downes - Duets (Signum Classics, 2018)


영국의 비브라폰 연주자 루이스 라이트가 피아니스트 킷 다운스와 듀엣으로 녹음한 신보. 라이트는 2000년대 중반에 결성되어 최근까지도 지속적인 활동을 보여준 쿼텟 Empirical의 멤버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또한 재즈 비브라폰 분야에서는 전설로 언급되는 Gary Burton으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수많은 비평가의 시선을 끌었는데,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야 자신의 이름으로 된 첫 녹음을 발표하게 된 셈이다. 이번 라이트의 데뷔 앨범은 오랜 친구이자 최근 ECM을 통해 신보를 발표했던 다운스가 듀엣의 파트너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녹음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재즈 씬에서는 희소한 악기임에도 뛰어난 재능의 선대 뮤지션들이 이룬 훌륭한 유산 덕분에 비브라폰과 피아노의 듀엣이라는 구성이 낯설지는 않지만, 그래도 친숙하다고 할 만큼 흔히 볼 수 있는 작업은 아니다. 공명을 일으키면서 응집하는 비브라폰의 사운드가 피아노와 중첩을 일으키며 때로는 신경질적인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하는데, 이 앨범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음향학적으로 잘 해소한 것으로 보여 일단 만족스럽다. 이와 같은 문제만 잘 해소된다면 비브라폰과 피아노의 협주는 같이 공유하는 일부 음역대에서 서로 다른 사운드의 특성을 이용한 다양한 대위적 접근을 활용할 수 있어, 특히 즉흥 연주를 염두에 둔 작업에서는 의외의 효과를 연출할 가능성이 상당히 개방되어 있다. 이러한 잠재력을 염두에 두고 이루어진 라이트의 작곡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고 때로는 음악적 파트너십을 유지했던 다운스를 통해 훌륭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하고 있다. 이들은 비브라폰과 피아노가 건반이자 동시에 타악기라는 공통된 특징을 살리기 위한 합의된 실천을 선보이는가 하면 리듬과 멜로디의 즉각적인 상호 변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다양한 양식의 인터플레이를 펼치기도 한다. 각각의 악기가 지닌 개별적 특성은 물론 서로 공통된 특징을 활용하여 다양한 상호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결과물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짧은 러닝타임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201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