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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indsay Wright - Lines (Manners McDade, 2021)

영국 작곡가 Lindsay Wright의 미니 앨범. 린제이의 이름은 낯설지만 게임,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주고 미디어 관련 음악을 작업했던 작곡가로 알려져 있으며, OTT 서비스에서 방영된 몇몇 시리즈에서 은연중에 그녀의 작업을 접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사이트에 개인 작업을 올린 것 외에 린제이의 이름으로 발매된 작업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EP에서 린제이는 소규모 실내악에 일렉트로닉을 얹은 듯한 매력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기본적으로는 피아노와 스트링의 클래시컬한 텍스쳐를 바탕에 두고 있지만, 다운 템포 계열의 비트 시퀀싱이나 일렉트로닉의 섬세한 패드 사운드를 통해 모던하면서도 감각적인 색을 덧입히고 있다. 공간적으로 둘을 구분하기보다는 기능적으로 활용해 그 표현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방식이라 나름 안정된 일체감을 보여준다. 클래시컬 한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이 일렉트로닉의 배음 및 효과와 조화로운 대비를 이루며 시네마틱 한 전개를 보여주는데, 여기에서 다분히 대중적인 취향이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EP에는 4개의 트랙만이 담겨 있지만 이를 통해 다양한 분위기를 보여주려 했다는 인상이 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균일한 톤과 질감으로 일관된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했다는 흔적도 엿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구독하고 즐겨 보는 채널 중에 모 가상악기 제조사에서 자사의 VS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다양한 예를 현역 작곡가들이 팁을 공유하며 보여주는 영상 시리즈가 있는데, 이 EP를 듣다 어느 순간 그 튜토리얼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무척이나 정돈된 린제이의 음악이 다분히 교과서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했던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곡을 작곡하고 이를 편곡하는 린제이의 관습적인 태도와도 관련될 수 있는데, 멜로디의 역할, 이를 전개할 때 악기 배열, 일렉트로닉 효과의 개입 등에서 일련의 규범적인 반복들이 관찰되기도 한다. 의외성마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된다는 점은 재미있다. 물론 이것이 앨범 전체의 균일한 분위기는 물론 본인의 음악을 쉽게 대중들에게 전달할 방법이라는 점에서 장점일 수도 있을 것이다. 편한 감상에 부담 없는 앨범이다.

 

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