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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lyn Y Cwn - Du Y Moroedd (Cold Spring, 2022)

Llyn Y Cw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잉글랜드 북웨일스 출신 전자음악가 Ben Powell의 앨범.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벤은 몇 개의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그중 웨일스 어로 ‘개의 호수’라는 뜻을 지닌 LYC는 다크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을 선보이며 2000년대 말부터 사용하는 프로젝트명이다. 암울하고 어두운 테마를 주로 다루는 다크 앰비언트의 경우 불확실한 현재에 대한 반영이나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우회적인 방식으로 표출하며, 많은 경우 사이버 펑크나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같은 서사적 형식을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LYC의 경우에도 이와 유사한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의 소재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다루며 유사한 경향적 특징을 지닌 다른 뮤지션들과 차이를 두고 있다. 그의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활용되는 요소는 필드 리코딩으로, 다양한 환경과 현장에서 채집된 사운드는 앨범의 테마를 이루는 주요한 소재이자 LYC의 음악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핵심이기도 하다. 웨일스어로 ‘검은 바다’라는 뜻이 있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은, 그가 수음한 다양한 음원의 기원이자 이번 녹음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번 녹음에는 북웨일스 해안에서부터 그린란드와 북극해에 이르는 여러 장소에서 녹음된 음원을 기반으로 제작이 이루어졌는데, 단지 해변뿐만 아니라 선상 위에서의 소리는 물론, 수중 녹음 장치를 이용해 깊은 바닷속에서 전해지는 심연의 소리까지 담아 ‘검은 바라’라는 거대한 음악적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다. 난파선의 위치를 조사하고 식별하기 위한 탐사선에서 녹음한 세계 대전 중에 대규모로 침몰한 군함과 잠수함의 잔해를 담은 음파 탐지기의 소리부터, 그린란드의 얼음을 해치고 가는 선체에 부착된 사운드 트랩과 엔진의 드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생생한 필드 리코딩을 활용하고 있다. 고유한 음원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섬세한 드론과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성하며 음악을 완성하고 있는데, 그 무거운 분위기는 단순히 무거운 정서적 밀집을 목적으로 한다는 느낌보다는, 현장의 차가운 공기와 심연의 어두움을 표현하기 위함이라는 인상이 강하기 전해진다. 다크 앰비언트 계열의 연주에서 흔히 경험할 수 없는 묘사적 특징이 그만큼 지배적이며, 이와 같은 성격에 디테일이 더해짐으로써 듣는 이는 더 어두운 바다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마치 선명한 해상도를 지닌 중형 흑백 필름으로 넓은 다이내믹레인지를 담아내면서도 어둡게 톤을 눌러 분위기를 완성한 흑백 사진을 보는 듯한 음악이다.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