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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oek van den Berg - Wayfarer (ZenneZ, 2022)

 

네덜란드 색소폰 연주자 Loek van den Berg의 퀸텟 앨범.

 

1996년생인 로크는 자신의 연주 스타일과 관련하여 5-60년대 북미의 거장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의 활동은 전통적인 스텐스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 재즈의 여러 흐름은 물론 펑크나 대중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본격적인 개인 활동은 2010년대 말에 결성한 자신의 퀸텟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번 앨범은 지난 4-5년 동안 지속되었던 투어 및 라이브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되었다고 한다.

 

로크의 데뷔 앨범이기도 한 이번 녹음에는 트롬본 Nathan Surquin, 피아노/보이스 Aseo Friesacher, 베이스 Cas Jiskoot, 드럼 Jens Meijer 등이 참여하고 있다. 루크 스스로 전통적인 ‘올드' 스타일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는데, 개별 연주에서 드러나는 선형적인 멜로디나 소울풀 한 감성에도 불구하고, 전체 앙상블을 통해 완성하고 있는 분위기는 무척 현대적이며, 우리가 흔히 유러피언이라고 이야기하는 여러 경향적 특징들을 절제된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은 특징 중에는 특히 아름다운 멜로디를 중심으로 엮어가는 인상적인 음악적 내러티브가 큰 역할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면을 장식하는 색소폰과 트럼펫 사이의 다양한 유형의 프레이즈 전개는 물론, 합의의 영역과 자율적 공간 사이에서 정교함과 능동성을 유연하게 조율하는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인터랙티브 또한 큰 힘을 발휘한다. 이처럼 어느 정도는 기능적으로 각자의 공간과 역할이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전체적인 앙상블의 조화와 균형에서는 그 어느 것도 상대화되지 않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특히 드럼의 경우 마치 세트를 연주하는 위치를 중심으로 좌우의 패닝에 자리한 트롬본과 색소폰의 프레이즈에 반응하는 듯한 능동적인 해석을 보여주고 있으며, 피아노와 베이스 또한 개별 곡의 진행이나 특성에 따라 세밀한 위상의 변화 속에서 입체적인 개입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이들 퀸텟의 가장 큰 매력은 개별 공간의 선명함과 자율적 영역에서 이루는 능동적인 개입에 의해 완성된 음악적 에너지가 온전히 내부로 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강한 음악적 응집력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으며, 합의의 영역과 자율 공간의 관계에 대한 유기적인 접근을 통해 완성된 총합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목이 인상적인 음악적 내러티브를 더욱 설득력 있게 강화하고 있음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이는 특히 이들 퀸텟의 고유한 음악적 색감을 완성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는데, 풍부한 양의 다이내믹을 다루고 있음에도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를 지속한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다. 내부로 응집되는 에너지는 다분히 관조적인 슈게이즈를 연상하게 하는가 하면, 어느 대목에서는 무거운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레시브가 떠오르는 등,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주변 장르의 묘한 우울감이 순간순간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치밀하다고 하기에는 멤버들 사이에 존재하는 유대감이 깊이 있게 드러나며, 전통적인 언어와 표현에 기반을 두었다고 말하기에는 이들이 다루는 정서적 반향은 무척 모던하다. 로크 개인은 물론이고 퀸텟의 이후 성과에 큰 그대를 갖게 하는 앨범이다.

 

 

202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