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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oess - Totems (n5MD, 2021)

미국 전자음악가 Clay Emerson와 Ian Pullman의 듀오 프로젝트 Loess의 앨범. 20년 넘는 활동 내력을 지닌 프로젝트임에도 그동안 이들이 선보인 앨범은 이번 작업을 포함해 단 4편에 불과하다. 간헐적인 싱글이나 컴필레이션 작업도 있었지만, 그 기간에는 10년 이상의 공백도 존재하며 그렇다고 이렇다 할만한 개인적인 활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로스 듀오는 IDM 계열의 사운드가 들려줄 수 있는 멜로딕 한 텍스트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하며 레이블의 실험적인 전자음악의 경향적 특징 속에서도 비교적 대중적으로도 설득력이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IDM이라는 기본적인 장르적 룰을 따르면서도 세월의 변화에 따른 감각의 변화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더브, 앰비언트, 게러지 등의 요소들을 세밀하게 융합하여 로스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들을 완성한다. 이번 작업은 Pocosin (2017)에 이은 4년 만의 신작으로, 일렉트로닉의 주변 장르적 요소들로 조합을 이루는 데 있어 이들은 여전히 뛰어난 감각을 보여준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비트 및 스텝 시퀀싱과 신서사이저 음향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조합으로 완성된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그 자체 하나하나가 이루는 고유한 특징과 변화를 세밀하게 조율하여 무척 정교한 조화를 완성한다. 비교적 여유로운 BPM에서 이루어지는 진행은 일련의 선형적인 플로우를 보여주면서도 극적인 구성의 변화를 통해 나름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하는데, 그 방식 또한 곡의 특징에 따라 다양한 완급을 보여주고 있어 일률적인 스테레오타입과도 거리가 먼 개별적 양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그 분위기에 있다. 암울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무겁고 진중하며 감각적인 방식으로 표현되는 멜로딕 한 이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공간감은 초현실적이면서도 사색적인 애트모스피어를 연출한다. 세월과 감각의 변화 속에서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특징을 오랜 기간에 걸쳐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