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London Odense Ensemble - Live At Jaiyede Jazz Festival (El Paraiso, 2023)

 

영국과 덴마크의 창의적인 뮤지션들로 이루어진 5인조 재즈 그룹 London Odense Ensemble의 라이브 앨범.

 

2020년대 초,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로 탄생한 LOE는 짧은 그룹의 연식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담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사이키델릭 록 그룹 Causa Sui의 두 주축인 덴마크 드러머 Jakob Skøtt와 엔지니어이자 프로듀서이며 기타리스트인 Jonas Munk가 LOE의 핵심을 이루며, 이들은 El Paraiso와 Azure Vista 레이블의 창립 및 운영자이기도 하다. 이 둘은 2000년대 말 시카고에 머무는 동안 현재 언더그라운드와 재즈 씬의 여러 뮤지션들과 교류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Chicago Odense Ensemble (2011)이라는 성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번 LOE의 작업은 영국 재즈 음악계와 함께 완성한 또 다른 확장이 아닐까 싶다.

 

LOE의 구성원으로는 야콥과 듀엣으로 여러 작품을 함께 선보인 덴마크 베이시스트 Martin Rude를 비롯해, 영국 색소폰/플루트 Tamar Osborn과 키보드 Al MacSween 등, 쟁쟁한 커리어의 뮤지션들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에 마틴, 타마, 야콥은 Rude Skøtt Osborn Trio를 결성해 또 다른 음악적 확장을 선보이기도 하여, 어쩌면 LOE의 조합은 다양한 창의적 분화와 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LEO의 성과는 최근 공개한 Jaiyede Sessions, Vols. I & 2 (2022-23)으로 증명한다. 사이키델릭, 프리 재즈, 소울, 퓨전 등 60년대와 70년대의 음악적 전통을 현대적인 사운드의 공간에서 인상적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모습은 라이브에서 보다 생동감 있는 모습으로 전해진다.

 

이번 라이브 녹음은 2021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Jaiyede Jazz Festival의 연주 3곡을 담고 있다. “Sojourner”를 제외하면 나머지 2개는 스튜디오 리코딩에 포함되지 않은 곡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번 라이브 앨범은 Vols. I & 2와는 독립된 음반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60년대의 프리 재즈를 연상하게 하는 라인은 때로는 70년대 프로그래시브 혹은 사이키델릭 록의 기억을 되살리기도 하며, 프리 재즈의 경향성을 담아냈던 과거 Blue Note에 대한 향수는 어느 순간 CTI의 통합적인 퓨전의 활력과 교차를 이루기도 한다. 이와 같은 LEO의 감각적인 총체성은 앨범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특히 라이브 녹음이라는 음반의 특성상, 각자의 음악적 직관성은 보다 직설적인 형식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밴드가 포용하고 있는 다양성 또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어 무척 매력적이다.

 

자연스럽게 음악의 밀도를 채워가며 라이너 하게 점진적인 빌드-업을 이어가는 모습은, 평소 스튜디오 녹음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전해지긴 했지만, 라이브의 환경 속에서는 멤버들의 직관이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을 더 확장하고 있어, 더욱 러프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앙상블을 완성하고 있다. 각자의 직관적 표현이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개방한 만큼, 상호 간의 인터랙티브한 긴밀함은 더욱 견고해지는데, 그 방식이 단순한 밀접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유연성을 토대로 하고 있어, 전체 공간이 완성하는 음악적 밀도는 매우 동적인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한순간 모든 음악적 에너지가 빠지며 공허한 공간에 몇 개의 기본적인 라인만 존재하는 정적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 조급한 플로우를 보여주기보다는, 한 호흡 쉬어가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그림을 완성해 가는 여유와 유연함을 고스란히 담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순간조차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확신을 고스란히 청자에게 전달하며, 이는 격한 밀도로 모든 사운드가 강한 중첩을 이루며 하나의 집합적인 표현을 완성하는 순간에서도, 그 출구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 하는 강한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정규 녹음에서 보여준 엄밀한 사운드의 조율은, 라이브라는 환경의 특성 탓에 조금은 희석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러프함이 LOE의 매력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언제 시간이 지나갔는지조차 모를 만큼 강한 몰입감을 전해주는 만큼, 30여 분 조금 넘는 앨범의 짧은 재생 시간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하지만 LEO의 매력을 담아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시간임은 분명하다.

 

 

2023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