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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orenzo Masotto - i=r (Whitelabrecs, 2021)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Lorenzo Masotto의 솔로 앨범. 지금까지 발표한 작업들마다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한 테마를 부각하고 그에 맞는 음악적 형식 속에서 자기 생각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로렌조는 진지한 사색의 계기를 우리에게 제공하곤 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또한 스넬 혹은 굴절의 법칙과 관련된 공식을 사용하고 있다. 매질에 따라 입사각과 굴절각의 관계가 달라지는데 로렌조는 굴절률이 1인 상황, 즉 파동이 굴절하지 않고 직진하는 i=r을 가정하고 이를 우리 일상의 여러 사물과 현상에 대비해 음악으로 풀어가고 있다. 물리학에서는 그와 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개념이 존재하겠지만, 우리의 평범한 인식 속에서는 투명함이나 순수함 혹은 진솔함 등과 같은 이미지를 연상하게 되며 이와 같은 느낌은 로렌조의 이번 앨범에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앨범은 감염병 사태 초기 처음 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어쩌면 굴절되고 왜곡된 우리 일상의 복원에 대한 염원을 이와 같은 제목을 통해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들과는 조금 다르게 일렉트로닉이나 다른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일체 배제하고 오직 자신의 업라이트만을 이용해 이번 녹음을 완성한 것은 어쩌면 이와 같은 음악적 의도를 보다 투명하게 전달하기 위한 로렌조의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펠트 한 피아노의 진동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메커니컬 사운드만 존재하며, 진솔하게 이어지는 로렌조의 연주는 개별 곡이 지닌 테마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곡들은 "i=r"이라는 제목을 공유하면서 괄호 속 부제를 통해 그 대상을 특정하는데, '반영'이나 '고대'와 같은 추상적인 테마에서부터 '호수', '강', '나무' 등의 자연 사물은 물론 '인간'이나 '기차'와 같이 우리 자신이나 일상을 다루기도 한다. 때문에 개별 연주들은 각 테마에 맞게 때로는 묘사적인 특징이 부각되는가 하면 때에 따라 정서적 반영을 이루는 서정을 통해 표출되기도 한다. "i=r"이라는 테마는 우리 사고의 지배를 이루는 형이상학적인 대당 혹은 대칭을 넘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암울함 속에서 기쁨을 복원하기 위한 음악가의 의지이자 음악적 노력이 아닐까 싶다.

 

202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