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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orenzo Montanà - TexTrue (Projekt, 2021)

이탈리아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Lorenzo Montanà의 앨범. 90년대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해 재즈, 록 등은 물론 IDM, 앰비언트, 드론 등 다양한 장르적 경험을 축적하며 이제는 전자음악가로 나름의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로렌조의 음악들은 그의 다양한 경험을 반영한 복합성과 다면성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주는데, 어느 특정한 장르적 우위를 보여주는 작업에서조차도 이와 같은 특징들은 절묘하게 드러나곤 한다. 복합적인 리듬 패턴들이 전면에 부각된 전작 DUNUC (2020)에서도 기계적인 펑크와 초기 앰비언트 테크노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활용해 공간적 묘사를 이어갔다면, 이번 작업은 드론과 사운드 스케이프를 바탕에 둔 복합적인 상상력을 펼치고 있다. 이 앨범에서 흥미로운 점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Tex와 True를 연결한 타이틀 그 자체로, 이번 앨범이 지닌 다양한 텍스쳐의 사운드들이 서로 대비되고 층위를 구성하며 만들어내는 유기적 특징에 관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 앨범이 다루고 있는 소재에 관한 것으로, 로렌조에 의하면 중세 시대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 이번 작업은 그 신비감에 관한 묘사와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연히 이 둘은 서로 밀접한 연관을 이루며 로렌조 특유의 감각적 언어를 통해 음악적인 완성을 이루고 있다. 중세에 관한 모티브를 다루면서도 그 방식은 스페이스 앰비언트를 연상하게 하는 풍부한 공간적 활용을 특징으로 한다. 드론 스웰을 이용해 끊임없이 역동하는 공간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그 위에 벨과 펄스 사운드를 통해 스토리를 풀어가는가 하면 보이스나 연주 악기 등과 같은 여러 어쿠스틱 사운드를 이용해 앨범이 담아내고자 하는 중세적 신비로움의 디테일을 완성하고 있다. 단순히 장소에 대한 묘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로렌조는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그 안에서 일어났을 법한 사건들에 대한 분위기를 음악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이번 로렌조의 음악들은 직접적인 스토리 텔링을 다루지 않으면서도 특정한 사건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느낌들을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어 깊은 밀도의 정서적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2021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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