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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Luke Howard - All of Us (Mercury KX, 2022)

호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Luke Howard의 앨범. 2000년대 말 데뷔 이후 루크가 보여준 장르적 포용성은 재즈, 모던 클래시컬, 일렉트로닉 등에 걸쳐 다양한 양식을 통해 표출되는데, 그들 사이에는 미묘한 접근과 인과성을 보여주면서도 각자 나름의 전문적 깊이를 지닌 고유의 언어와 표현을 통해 나타난다. 이와 같은 루크의 다양성을 통합하는 것은 현대 작곡의 경향적 특징을 반영한 곡들로, 지금까지는 주로 솔로 형식의 작업에서 드러나곤 했는데, 어쩌면 이번 앨범은 여기에 보다 확장된 표현을 더한 좋은 예를 보여준다. 솔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여러 게스트의 참여를 통해 플루겔호른,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모듈러 신서사이저 등과 공간을 공유하는 접근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중에는 Ben Lukas Boysen의 프로그래밍과 믹싱을 더한 2개의 트렉도 포함된다. 여러 뮤지션들과의 공동 작업은 지금까지 투크가 선보였던 곡에서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Peter Pejtsik이 지휘하는 Budapest Art Orchestra와의 협연을 담은 3개의 트랙이다. 그의 솔로 작업이나 포함 영화나 무대 음악을 위해 종종 전자 악기를 이용해 오케스트레이션의 효과를 선보인 경우가 종종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본격적인 협연 형식을 통해 곡을 완성한 것은 흔한 예는 아닌가 싶다. 앨범에 수록된 다양한 양식의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업은 오늘날 전 인류가 경험한 감염병 사태에 대한 음악적 고찰과 위로를 담고 있다. 루크는 이를 위한 직접적인 모티브를 Albert Camus의 La Pete (1947)에서 구하게 되는데, 소설이 묘사한 인간의 취약성과 문명의 무기력은 봉쇄와 그에 따른 불안을 가장 직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루크는 소설 속 여러 모티브를 직접 인용하며 작곡을 진행했고, 개별 곡이 지닌 정서적 반영과 긴장은 물론 앨범 전체를 마치 하나의 서사처럼 엮어냄으로써, 지난 2년 우리 인류의 비극적 경험에 대한 음악적 성찰을 완성하고 있다. 때문에 앨범은 개별 곡이 암시하는 표제적 성격과 더불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이 과정은 여러 뮤지션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더 깊이 있고 풍부한 표현으로 완성된다. 현대 문명의 취약성과 인류의 비극에 대해 다루고 있지만 루크는 특유의 섬세한 표현을 놓지 않고 미적 긴장을 활용해 음악을 완성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 어떠한 과장이나 과잉도 포함하지 않는 차분하고 절제된 구성을 보여주고 있어 강한 설득력을 부여한다. 피아노를 기반으로 하는 소박한 표현에서 시작해 장엄한 극적 서사에 이르는 다양성을 보여주면서도 핵심을 이루는 몇 개의 테마를 통해,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에 대한 의지를 담아내려는 노력의 흔적을 엿보는 듯하다. 그 희망을 단순한 낙관이 아닌 구체적 열망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어 더욱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어쩌면 지금까지 루크가 보여준 모든 작업을 통틀어 가장 장엄하면서도 뛰어난 업적이 아닐까 싶은 앨범이다.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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